김대중씨.이기택총재 3개월만에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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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선정문제가 마지막 수순에 돌입했다.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과 민주당 이기택(李基澤)총재는 5일 金이사장의 동교동 자택에서 회동했다.이날 만남은 지난2월27일 李총재가 총재취임 인사차 동교동으로 찾아간지 3개월여만이다.
이날 두 사람은 그동안의 당내문제에 대해 충분한 얘기를 나눈것으로 알려졌다.40분간 단독요담을 마친후 두 사람은 하나같이『할 말을 다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회동의 성격은 이전과는 달랐다.만남의 주의제인 경기지사 후보선정문제 때문이다.
李총재는 이날 만남후『金이사장은 경기지사후보로 이종찬(李鍾贊)후보가 좋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며『그러나 나는 장경우(張慶宇)카드로 이겨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金이사장은 최종적으로 총재가 총재단회의에서 결론을 내려달라고 했다』며『특히 金이사장은 자신의 뜻대로 결론이 안나더라도 당원의 한사람으로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회동 결과로 본다면 李총재의「張의원 고수」가 굳혀져가는 모습이다. 이날 회동에 앞서 金이사장은 권노갑(權魯甲)부총재와 아침을 같이하며『내가 총재를 설득해 보겠지만 안될 경우 총재단회의에서 총재의 뜻을 존중해 결정하라』는 당부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金이사장은 공을 李총재에게 완전히 넘겨준 격이다. 이제 민주당의 경기지사 후보문제는 전적으로 李총재의 선택에맡겨졌다.
총재단회의에서 李총재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후보문제가사실상 종결되게 된 것이다.
金이사장의 이같은 입장 정리는 지방선거라는 대사를 앞두고 당내 잡음을 일단 잠재울 필요성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李총재가 끝내 자기 입장을 고수할 경우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다는점도 고려한 결과다.
李총재가 이처럼 張의원을 고수하는데는 그 나름의 판단이 숨어있다.그는 수차례 사석에서 경기지사 후보는「+α」전략에 입각해골라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張의원이 인지도에서는 李후보에 뒤지지만 토박이라는 장점을 살리면 의외로 선전할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동교동측은 金이사장의 당부로 李총재에게 선택의 열쇠를완전히 넘겨줬지만 李총재의 결단에 한가닥 기대를 거는 눈치다.
후보경선대회를 통해 상처를 입을대로 입은 張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李총재가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을 고대하는 것이다.
李총재도 이날 金이사장과의 회동결과를 설명하며『金이사장과 대화를 나눠보니 경기지사 후보결정문제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판단을하게됐다』고 밝혔다.
공을 넘겨받은 李총재가 경기지사 후보로 누구를 선택할지와 상관없이 민주당은 후보공천심사를 이번주내로 끝낸뒤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할 수순을 짜놓고있다.
그런 점에서 金이사장과 李총재간의 회동은 얽히고 설킨 민주당의 내분을 일단락짓는 의미가 컸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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