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균의 뇌 이야기] 미인에게 끌리는 뇌

중앙일보

입력

중앙SUNDAY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에게 호의적이고 관대하다’는 것이 사실일까? 만일 당신이 예쁘거나 잘생겼다면 내심 그러길 바랄 것이고, 아니라면 ‘절대’ 사실이 아니길 바랄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사람들은 매력적인 사람들에게 호의적이고 관대하며 매력적인 사람이 사회적인 이익을 누린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예쁜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매력적인 사람이 채용이나 승진의 기회가 많으며 더 많은 돈을 번다. 같은 죄를 지어도 아름다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적은 형량을 선고받는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매력적인 이들에게 호의적일까?

사람들은 아름다운 외모를 좋은 성격이나 특성과 연결 짓는 경향이 있다. 외모가 출중한 사람은 따뜻하고 친절하며 똑똑하고 유능하다는 등의 좋은 특성을 많이 갖고 있으리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미인을 볼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측좌핵).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을 선호하고 다른 이의 행위를 평가하는 근거가 대부분 첫눈에 띄는 외모라는 점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일까. ‘아름다운 겉모습’이란 또한 주관적이지 않은가.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회적인 미의 기준이나 단서들을 습득하기 이전에 사람들은 이미 선천적인 정보처리 메커니즘을 통해 ‘아름다움’과 ‘좋음’을 연결해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의 랭글로이즈 박사에 의하면 아름다운 외모와 좋은 특성을 동일시하는 것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나타난다고 한다. 그는 젊은 성인이 매력적이라고 여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2개월 미만의 신생아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신생아들이 매력적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을 더 좋아하며 오랫동안 응시했다.

이렇듯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것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고 뇌에 구조화됐다면 아름다움에 대해 반응하는 뇌의 구조가 존재할 것이다.

2001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연구진들은 뇌영상 기법을 이용해서 아름다운 여성과 남성의 사진을 볼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해 저명한 학술지인 ‘뉴런’에 발표했다. 그 결과 남성이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을 볼 때 측좌핵(Nucleus Accum bens)이라고 하는 뇌의 부위가 활성화됐다. 반대로 여성이 매력적인 남성의 사진을 볼 때는 측좌핵의 활동이 감소했다. 측좌핵은 성적 흥분에 관여하며 음식·마약류·돈과 같은 보상에 반응하기도 한다.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는 말보다는 ‘아름다움은 뇌 속에 있다’는 말이 맞다. 아름다운 외모는 축복이다. 좋은 성품, 바람직한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은 분명 이롭다. 그러나 아름다운 외모보다 축복된 것은 외면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낼 수 있는 내면의 아름다움이다.

류인균 서울대 의대 교수·정신과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