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맞대야 아이디어 나온다” 연구실 벽 없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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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16면

FIZ의 ‘열린 공간’이 융합을 낳는다

독일 뮌헨의 BMW연구혁신센터(FIZ). BMW시리즈·롤스로이스·미니 등 그룹 내 모든 차종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BMW의 브레인’으로 불린다.

독일 BMW연구혁신센터 ‘카페 커뮤니케이션’

곳곳에 흩어져 있던 디자인·엔진·소프트웨어 등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모든 부문을 1986년 한 장소에 유기적으로 통합한 것이 바로 FIZ다. 각 부문을 전문화해 분업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통합, 나아가 융합으로 발상을 전환한 것이다.

2만 명이 근무하는 이 거대한 연구단지는 건물 사이가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연구 부서와 기획 부서가 10분 거리에 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직접 사무실로 찾아가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커뮤니케이션 맞춤형 설계’를 대표하는 건물이 FIZ 중심부에 있는 ‘프로젝트 하우스’다.

2004년 문을 연 프로젝트 하우스는 가운데가 뻥 뚫린 타원형 건물이다. 가운데 빈 공간을 도넛처럼 사무실들이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어 다른 사무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장처럼 탁 트인 1층은 거대한 쇼핑몰 같다. 편의시설과 카페·식당이 있어 수많은 사람이 오간다. 식당에는 파스타·샐러드·동양음식 등 종류별로 14개의 배식대가 있다. 자연스럽게 다른 부서 사람과 어울려 점심을 함께 한다.

미국에서 왔다는 한 엔지니어는 “커피 마시러 왔다가 디자인 부서와 잡담하듯이 일 얘기를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최고다”라고 말했다. ‘광장 문화’ ‘카페 커뮤니케이션’의 단면이다.

‘커뮤니케이션 설계’의 기본 철학은 ‘현실화된 아이디어는 80%가 얼굴을 맞대고 나눈 대화에서 나왔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정규 회의 이외의 시간에도 각 부서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BMW에서 혁신 관리개발을 총괄 담당하고 있는 호르스트 라이츨은 ‘열린 공간’이 낳은 융합(consilience)을 FIZ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서로 50m만 떨어져 있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긴다고 합니다. 하물며 문으로 다 막혀 있으면 어떻겠습니까. 열린 공간이라야 서로를 도와주는 ‘서포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이런 부서 간 융합 덕분에 BMW는 제품 개발에 걸리는 기간을 최근 10년 동안 60개월에서 30개월로 줄였다. 2002년 유럽 기업 최초로 미국의 ‘기업혁신상(OCI)’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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