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에 써달라” 일본서 3000만엔 성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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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매우 적은 금액이지만, 남대문(숭례문) 복원에 써주세요. 남대문은 뛰어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복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달 10일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살고 있는 이치노세 히로노리(市之瀨洋典)는 한국 대사관에 이런 내용의 편지와 함께 2000엔(약 1만8500원)의 성금을 보냈다. 또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의 노자키 고이치(野崎耕一) 도치기현 협회장은 “한국의 상징을 복원해 달라”며 10만 엔을 한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일본에서 재일교포들은 물론 자발적으로 숭례문 복원 성금을 내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주일 한국대사관과 민단이 받은 성금은 3000만 엔(약 2억8000만원)에 이른다. 숭례문은 ‘한류’ 드라마 열풍과 서울 관광 등으로 인해 일본인들에게는 ‘한국의 얼굴’처럼 각인돼 있다. 그런 숭례문이 화재로 불타는 장면이 일본에도 생생하게 전해진 뒤 자발적인 모금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정남 민단 중앙회 사무총장은 “ 일본인들이 ‘한국을 좋아한다’ ‘마음이 아프다’며 위로의 마음과 성금을 전달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민단 48개 지부에서도 재일교포들이 앞장서 모금을 하고 있다. 하 총장은 “민단 차원에서 모금 계좌를 개설해 달라는 재일동포나 일본인들의 요청이 많다”고 전했다. 민단은 3월 말까지 성금을 받아 서울에 있는 광복회를 통해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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