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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대통령은 ‘몰래 골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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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공무원들이 골프채를 숨기고 있다.

“주말 예약 취소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청와대의 골프 자제 기류 때문인 것 같다”고 수도권의 한 골프장 예약 담당자는 말했다.

한국만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골프에 탐닉하는 것은 미국 사회도 그리 곱게 보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는 골프 치는 이유를 극구 해명한 사람도 있고, 숨어서 친 사람도 많았다.

미국 골프잡지 ‘골프다이제스트’ 4월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골프 열정을 소개했다. 아이젠하워는 임기(1953∼61년) 8년 동안 중풍 등 와병 중에도 무려 800라운드 이상을 강행했다.

‘내 골프 실력이 늘지 않으면 아무도 나에게 골프 스코어를 묻지 않게 하는 법령을 만들겠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매니어였다.

그는 “일주일 내내, 매일 14시간씩 일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골프를 즐기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자신의 스윙을 영화필름으로 찍어 아널드 파머에게 보냈고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레슨을 받기도 했다.

아이젠하워와 라운드를 했던 코미디언 밥 호프는 “경호원들이 짊어진 골프 가방에 총이 가득 들어 있어 속임수를 쓰지 못했다”고 익살을 떨기도 했다.

존 F 케네디는 ‘몰래 골퍼’였다. 대선 기간 중 그는 당시 대통령이던 아이젠 하워를 두고 “국민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자신의 스코어를 줄이는 데 더 관심이 많은 골퍼”라고 비난해 인기를 얻었다.

그도 어쩔 수 없는 골프광이었다. 미국 대통령들의 골프에 대한 책 『First Off the Tee』에 따르면 케네디는 자신이 열혈 골퍼였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그래서 대선 기간 중이던 1960년, 홀인원을 할 뻔했는데 홀 바로 앞에 공이 멈춰선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홀인원 소식이 알려질까봐 두려워서였다.

그러나 골프광이라는 사실이 결국 들통나고 말았다.

바람둥이였던 그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집중됐다.

백악관이 ‘케네디가 골프 코스에 있다’고 실토하면서 그의 몰래 골프는 끝났다.

책의 저자 반 나타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한 번 라운드를 했는데 룰을 지킨 홀은 1홀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잘못 친 공은 경호원들이 회수했고, 그린에선 자발적으로 컨시드(OK)를 받았다. 100타가 넘는 스코어를 82타로 적어내기도 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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