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교육이렇게달라진다>2.대학교육의 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5.31교육개혁」의 기본방향이 자율과 다양성의 추구라면 대학의 다양.특성화는 그 절정이다.
사회에 배출될 인력의 조련을 마무리하는 최후의 교육과정으로 가장 전문성을 가져야할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초.중등교육은 대학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대학이 달라지면 국.중.고 교육도 그에 맞춰 대전환할 수밖에없다. 대학을 나왔느냐,어느 대학을 다녔느냐에 따라 사회에서의신분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랜 학력위주 사회분위기가 오직「대학」을 목표로 한 과잉 교육열을 지속시켜 왔기 때문이다.따라서 앞으로 대학사회의 자율적인 변화는 교 육개혁 성공의 요체라고 볼 수있다.
『우리 대학들의 특징은 바로 특징이 없다는 것이다.정책도 철학도 없이 몇몇 일류대와 똑같아지려는 것으로 만족한다.』 지방某사립대 총장이 올해초 한 강연에서 대학입시에 관해 얘기하며 한 말이다.비단 대학경영자가 아니더라도 국내대학들의 사정을 좀아는 사람이라면 부정하지 못할 부끄러운 지적이다.
거의 모든 대학이 종합대학을 표방하는 소위 백화점식 학과 설치,학생선발에서 교과운영.학사관리등 거의 모든 체제가 획일화되고 개성이 없다.
이같은 상황은 그러나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붕괴되기 시작할 것같다.이제야 제모습을 찾아가게 됐다고 보는게 옳다.
◇대학 신설=대학 설립의 자율화로 예상되는 것은 한두가지 전공이나 학부만을 운영하는 미니대학,특정계열만 개설한 단과대학들의 등장이다.
현재의 대학설치기준령이 정하고있는 대학설립기준은「총정원 5천명 이상」을 전제로 교지 33만6천7백평방m,자본금(교지제외)1천2백2억원.
그러나 이달중 구성될 대학준칙제정위원회(교육부관계자및 관계전문가들로 구성될 전망)에 의해 이같은 기준은 훨씬 세분.다양화돼 연말까지 관계법령이 손질된다.
학과.학부.계열등에 따라 각자 기준이 달리 정해져 예컨대 운동장 한평없이 건물과 교육용설비등의 시설만으로 문을 여는 대학도 생겨날 수 있다.
가령 ○○디자인대학.△△컴퓨터대학등의 간판이 곳곳에서 눈에 띌 것이다.물론 이들 대학은 지금처럼「개교 3년전 先인가」과정을 거치지않고 시설을 갖춘뒤 신고 또는 등록절차를 거쳐 개교하게 될 것이다.
다만 무자격.부실 대학의 양산을 막기위해 각자의 시설기준은 상당히 엄격하게 정해지리라는 전망이다.
중요한건 이들과 기존 대학과의 경쟁이다.포항공대.한동대등 특성화된 대학이 뛰어난 시설과 교육여건 속에서 소수정예를 키우며일류대로 발돋움한 사례가 좋은 예다.
이는 덩치만 크고 여건은 열악한 종합대들이 이들 대학과의 경쟁에서 분야마다 져 결국 도태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또 충분한 준비와 각오없이 뛰어든 소규모 특화대학들이 경쟁력을 못갖춰 하루살이처럼 사라지거나 편법운영등을 시도하는 부작용도 예견된다.
◇특화된 모형=특정학과에 속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 각 분야의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학점을 취득케 한뒤 대학원에서 전공을 찾아가는 형태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개혁안은 전공필수학점을 졸업이수학점의 4분의1~6분의1까지 낮추게 해 여러개의 전공을 복합해 이수할 수있도록 했다. 이 경우 대학졸업때 노력여하에 따라 2~3개 또는 4~5개의 전공을 갖출 수도 있어 현재의 유명무실한 부전공제는 무색해진다.
그러나 산업현장등 실제 사회에서 요구되는 전문인력으로 크기 위해서는 대학원등의 심화과정을 거치거나 대학이 특정분야에 한해과정을 늘릴 수 있게 된다.
가령 약학대를 5년과정으로 하는등 전문성을 위한 수학연한을 늘리거나 줄이는 형태다.
새로 도입될 학부없는 단설대학원도 비슷한 역할을 하게돼 운영여하에 따라 전담교수나 시설없이 적당히 대학원을 운영해온 기존대학들의 대학원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추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모형 다양화는 대상분야와 교과과정,교수진및 시설,사회의 수요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장시간의 준비과정과 시행착오를 겪게될 것으로 보인다.
◇정원 자율=정원자율화에 따른 대학생수의 증가로 일단 97학년도 이후 대학문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지게될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정원조정이 완전자율이 아닌 교수확보율.시설등의여건기준과 연동해 이뤄지며 평가와 연계돼 재정지원이 차등되므로상당수 대학에서 교세확장을 위한 증원을 감행하되 기준유지를 위해 시설.교수확보에 재투자하는 식의 자가발전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원자율은 대학설립의 자율과 맞물려 입학총정원의 대폭 증가를 빚어 오히려 늘려잡은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도 많이생길 것이다.그 경우 도태되는 대학이 머잖아 생겨날 것이다.』교육부 김영식(金永植)대학행정지원과장의 전망이다.
「늘어나는 정원,줄어드는 대학진학 학령인구」라는 기본구도 때문이다. 사립대의 재원은 결국 학생등록금이며 학생수의 감소는 재정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大 경영대학원 오문성(吳文誠.56)교수는『똑같은 이유 때문에 미국내 상당수 대학은 명예박사학위를 팔거나외국학생.성인등을 붙잡기위한 단기 교육프로그램을 개발,재정에 보태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연세대.포항공대등은 이미 지난해 정원을 더이상 늘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적정수준의 교육여건을 계속 유지해 질적 저하를 막고 나아가 더나은 여건을 갖추겠다는 뜻이다. ◇학사운영=대학 졸업소요학점의 폐지,다(多)학기제 도입,학기당 수업일수및 취득기준학점 제한 철폐등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학사 자율화시책이 올해부터 시행이 가능해졌으나 아직 대학들의 큰 움직임은 없다.
다학기제의 경우 한양대.중앙대등이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대부분 대학은 교수들의 수업량 증가,냉.난방등 그에 따른 시설등의 부담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양학점 폐지 부분은 교양과목을 맡고있는 교수들의 활용방안등때문에 늦어지고 있는 상태.그러나 장기적으로 이같은 상황이 해결되면 앞서 제시된 여러가지 대학운영형태가 선보이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자율화는 대학교육및 학위의 질적 저하를 막기위해 학생들에 대한 엄격한 학사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것이다. 이와 관련,전문가들은『대학무한경쟁시대를 맞아 대학들이살아남기 위한 길은 마구잡이식으로 학사를 배출해 스스로 자기대학의 위상을 낮추지 않는 일』이라며『입학은 쉬우나 졸업이 어려운 분위기가 대학 스스로에 의해 우선 자리잡아야 한다』 고 경고하고 있다.
〈金錫顯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