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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즐겨읽기] 역사 바로잡기 '터미네이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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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데모사이드
루돌프 러멜 지음, 이남규 옮김
기파랑, 512쪽, 9500원

20세기는 인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100년동안 각종 전쟁으로 4000만명이 숨졌고, 그보다 훨씬 많은 1억7000만명이 국가권력이 자행한 대량학살, 이른바'데모사이드(democide)'의 제물이 됐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가 지난해 발표한 이 소설은'민주적 자유'의 확산이 전쟁과 데모사이드의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유일한 방책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서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이유로도 자국민을 학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념을 대중에게 쉽게 전파하기 위해 그는'팩션(faction)'의 형식을 동원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의 옷을 입혀 20세기 역사를 새로 쓴 셈이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스탈린의 대숙청, 크메르 루즈의 킬링 필드 등 20세기를 피로 물들인 각종 데모사이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만든 비밀결사인'생존자 자선회'는 한 쌍의 20대 남녀를 선발, 타임머신에 태워 1906년의 샌프란시스코로 보낸다. 이들은 암살과 매수, 청부살인 등 각종 수법을 동원해 히틀러와 마오쩌둥(毛澤東)을 암살하고, 스탈린을 제거한다. 이들의 활약으로 20세기는 전쟁도 대량 학살도 없는 평화로운 역사로 다시 태어난다.

테러리즘의 위협에 맞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을 대외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입맛에 딱 맞을 소설이다.

배명복 국제문제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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