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文人들의 남자친구論-신달자.조순애씨등75명 수필집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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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나도 남자친구가 있었으면』-.10대 여고생이든 40대 주부든 여자라면 누구나 가져볼 법한 바람.한국여성문학인회 회원 75명이「나의 남자친구」를 주제로한 수필집(동화출판사)을 펴내 관심을 끈다.
시선을 끄는 것은「30여년만에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가 돼서 돌아온 유치원동창생 남준이」(수필가 이경희),「키 큰만큼 속도 큰 이근후」(시인 조순애).단짝이었으나 유치원 졸업과 함께 헤어진「백남준」을 TV를 통해 일본인 부인과 함께 입국하는모습을 봤을 때 느낀 이씨의「반가움과 이상한 서먹서먹함」,그후석간신문기사에 실린『나의 유치원친구 이경희를 만나고 싶다』는 말이 주는 감격,뒤이은 해후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조순애씨는 자원봉사모임에서 만나 이제는 자녀들에게까지도 서로를 친구로 소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정도인「이근후」를 남자 친구로 둔 것이『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한다.문인들은「남자 친구」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시인 신달자씨는「여자친구보다는 이성의 분위기가 풍기면서 그러나 애인보다는 단순한 감정이 유지되는 이」라고 말한다.「아주 가끔씩 자식 흉도 보고 아내와 남편의 흉을 보면서도 기탄없는 사이」(시인 진경옥),「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여 전히 어린 그대로 서로 이름을 부르는 사이」(소설가 김순녀)라는 의견을 내놓기도한다.또「각자 스스로 자신의 인격을 성숙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친구에게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참되고 성숙한 남자친구」(조순애)라는 견해도 있다.
글쓴이들은 여자와 남자사이에 애정 아닌 우정이 존재할수 있는가,남자친구와 애인의 경계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간헐적으로 던지고 있는데 대체로「이성친구는 성관계를 초월했을때 진가가 나타난다」(희곡작가 김숙현)에 동의하고 있다.필자 가운데는 여성쪽은 친구를 원하나 상대는 애인을 원해 깨어져버린 체험담을 밝히는 이도 여럿 있다.
〈李后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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