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로댕서 가보.마리니까지 근현대 조각名品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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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근대가 싹트기 시작한 19세기말부터 채 10년도 지나지 않은 가까운 현대까지 조각의 역사에서 굵고 깊은 흔적을 남긴 거장들의 명작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가나화랑((733)4545)이 27일부터 6월10일까지 소개하는 『근현대 조각명품전』이다.
『근현대 조각명품전』에 소개되고 있는 작가는 에드가르 드가.
오귀스트 로댕.앙트완 부르델.알베르토 자코메티.장 아르프.나움가보.후앙 미로.헨리 무어.바버라 헤프워스.마리노 마리니등.
하나같이 세계조각사에 이름이 올라있는 작가들이지만 특히 드가.자코메티.아르프.가보.헤프워스.마리니 같은 작가는 국내에서는일반앞에 최초로 작품이 소개되는 조각가들이다.
가나화랑이 소개하는 이들의 작품은 모두 24점.파리의 로댕미술관을 비롯해 외국의 개인소장가와 개인컬렉션에서 빌려온 작품들이다.드가의 『장애물을 뛰어넘는 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청동시대』,자코메티의 『도시의 광장』『야나이하 라의 흉상』,헤프워스의『작은 관통』,마리니의 『구성』,무어의 『누워있는 사람』『현이 있는 모자상』,아르프의『봉우리가 있는 누드』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인상파화가로 유명한 드가는 만년들어 석고조각에 매료돼 74점의 조각품을 남겼다.그의 석고조각은 나중에 모두 브론즈로 캐스팅됐는데 이번에 소개된 3점도 1896년부터 1911년 사이에브론즈로 제작된 것들이다.로댕과 부르델은 이미 국내에 작품이 소개된 작가지만 이번에 새로 자코메티작품이 소개됨으로써 로댕-부르델-자코메티로 이어지는 이들 3명의 사제관계를 작품을 통해한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스위스태생의 조각가이면서 그림도 그리고 시도 써서 다양한 재능을 보였던 자코메티는 부르델 밑에서 3년간 제자로 수업을 받았다.30년대 한때 초현실주의운동에 동참하기도 했으나 이 그룹에서 제명당한 이후 1935년부터 40년 사이에 특유의 빼빼마른 형태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찾게 됐다.
『도시의 광장』이나 『야나이하라의 흉상』은 그의 특징이 완성된 이후인 48년에 제작된 작품들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아르프는 성적(性的)인 상징을 작품속에 과감하게 수용해 2차대전 이후 한때 유행한 둥그스름하고 단순한 유기적 형태의 조형을 창안해냈다.그는 국내에도많은 영향을 끼쳐 그와 유사한 작품들이 지금까지 제작되고 있다.이번에 소개되는 『봉우리가 있는 누드』는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러시아 태생의 가보와 20세기 조각사에 등장하는 몇 안되는 여성조각가 헤프워스,그리고 무어는 모두 구성주의란 공동의 바탕에 연결돼 있는 작가들.가보는 러시아 구성주의의 리더였던 타틀린과의 불화때문에 러시아를 떠나 영국으로 건너간 인물인데 헤프워스와 교류하면서 구성주의를 영국에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헤프워스는 단순하고 유기적인 형태에서 구성적인 공간을 강조하는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누워있는 사람』처럼 단순하고 부드러운곡선으로 인체를 묘사한 무어와 많은 공통점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주요 조각가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전시로서 의의가 크지만 20세기조각의 주요흐름을 짚어본다는 전시의도와 관련,추상조각으로 가는 징검다리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친브랑쿠지의 작품이 빠져있다는 점에서 한가닥 아쉬 움을 남기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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