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업무보고, 자원외교 논의하다 북핵은 꺼내지도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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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유명환 장관(앞줄 왼쪽)과 김성환 제2차관(앞줄 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도렴동 청사에서 열린 업무보고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유 장관 건너편 가운데에 이명박 대통령이 보인다. [사진=김경빈 기자]

이명박 정부의 출범 첫해 외교의 윤곽이 드러났다. 방향은 실용과 국익이다. 이를 추진할 두 축은 에너지·자원 확보라는 경제 살리기 외교와 한·미 동맹을 축으로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한 북핵 폐기 안보 외교다.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서 1시간40분 동안 진행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외교통상부는 ^튼튼한 안보 ^경제 살리기 ^국제사회 기여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방점은 경제 외교, 특히 에너지·자원 외교에 찍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보고 시작부터 “어려운 국제환경 속에서 경제 성장 목표를 이루려면 외교부가 에너지 확보를 위한 자원 외교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여 분간의 업무 보고 후 50분가량 이어진 이명박 대통령과 외교부 간부들과의 토론 시간 내내 에너지·자원 문제만이 집중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해외 공관에) 2년 반 정도 근무해서 자원 외교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도 했다. 진지한 토론이 이어지며 둘째 토론 의제였던 북핵 문제는 시간 부족으로 꺼내지도 못했다고 한다.

◇“아랍 왕실을 공략하라”=업무보고에서 외교부는 전방위 경제 외교를 내걸었다. 그동안 한국 외교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러시아·중앙아시아·중남미·동남아의 자원 부국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에너지 협력벨트’ 구축이다. 우선 상반기 중 대통령이 주재하는 에너지·자원 거점 공관장 회의를 열기로 했다. 대통령의 의지를 각지 공관으로 전파시키기 위해서다.

5월 말엔 아랍연맹 22개국의 유력 인사와 왕실 관계자들을 끌어들인 ‘중동 소사이어티’를 발족한다. 대통령은 아태경제협력체(APEC·11월 페루 리마)에 참석하며 중남미를 직접 돌고, 총리 역시 연중 중동·중앙아·아프리카 등을 찾아 자원 외교 전면에 나서는 방안도 발표됐다.

자유무역협정(FTA)도 동시 다발로 확대한다. 한·미 FTA를 비준한 뒤 일본·중국·EU와 FTA 협상 여건을 마련하는 데 이어 신흥 경제강국으로 떠오르는 인도, 걸프지역 산유국(GCC)들과도 FTA 협상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다음달 정상회담으로 동맹 복원”=외교부는 이날 보고에서 동맹 복원을 선언했다. 참여정부에서 한·미 관계가 후퇴했음을 전제로 한다. 외교부에선 “복원의 시작은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를 추진 중인 한·미 동맹 미래비전 선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도 추진된다. 일본과는 정상 간 셔틀외교가 재개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일 3자 협의가 가동돼 범세계적 문제도 논의한다”고 말했다. 향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대테러·인도주의 활동 등으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과는 북핵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간 교역 규모 2000억 달러를 조기 달성키로 했다.

외교부는 이날 북핵 폐기에 진전이 있을 경우 ‘비핵·개방·3000 구상’ 이행을 준비하는 방안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간엔 5월 3국 외교부 연구기관 간 포럼을 개최하는 등 환경·문화·항공 등에서 다양한 협력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한·미·일 관계 강화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중국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글=채병건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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