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孝道캠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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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대 중국의 성군(聖君)이었던 순(舜)임금은 효자로도 유명했다.왕위에 오르기 전인 젊었을 적 그의 아버지는 재취해 상(象)이란 아들을 낳았다.상이 자라면서 부모와 동생의 구박이 심해지더니 급기야 순을 죽이려는 생각까지 품기에 이르 렀다.
순은 조금도 원망하지 않고 온갖 집안일을 도맡으면서 자식된 도리를 다했다.매일 밭에 나가 농사를 지으면서 하늘을 향해 자신의 잘못을 빌고 부모가 행복하기를 기원했다.
어느날 기상천외의 일이 일어났다.참새떼가 몰려와 주둥이로 풀을 뽑고 땅을 쪼아 김을 매는가 하면,산에서 코끼리떼가 몰려내려와 쟁기를 잡아당겨 밭을 모두 갈아주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부모와 동생은 그제서야 순의 효성에 감복해 악한 마음을 거두었다고 한다.
『효행록(孝行錄)』의 서두에 실려있는 이 고사(故事)는 효행이 지극하면 하늘도 반드시 감동한다는 진리를 일깨운다.인간의 삶에 있어서 효는 그 무엇에도 우선하는 도(道)의 근본이요,기본적 덕목(德目)이다.그래서 효의 크기는 사람됨의 크기와도 정비례한다.
공자(孔子)와 증자(曾子)의 대화를 엮은 『효경(孝經)』에서공자는 이렇게 말한다.『효도하고서 어질지 않은 사람이 없고,효도하고서 의롭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효도하고서 예의없고 지혜없고 신용없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제 부모를 사 랑하는 자는 감히 남을 미워하지 못하고,제 부모를 공경하는 자는 남을 업신여기지 못한다.』 그러나 효는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가르침이나 훈련에 의해 체득되는 것이 아니다.
고려대가 여름방학중 신입생.학부모가 참여하는 「효도 캠프」를열기로 한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효의 의미가 얼마나 퇴색해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효를 주제로 한 강연,단막극 공연 등으로 효의 의미를 일깨운다는 것이다.이렇게 해서라도 젊은이들의 의식속에 효를 심어줘야할 정도로 효가 실종돼가는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재산을 노려 아버지를 살해한 패륜아가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엔 14세짜리 중학생이 공부 안한다고 꾸중하는 어머니를 야구방망이로 때려 숨지게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르침과 훈련으로 효를 심어줄 수만 있다면 「효도 캠프」같은행사는 얼마든지 열려도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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