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갈등 악화일로 민주黨-총재실 폐쇄까지 몰고온 內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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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를 앞두고 만신창이가 돼 더이상 총재직을 수행해야 할지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기택(李基澤)민주당 총재는 25일 오전 총재단회의 도중 이런 충격적인 말을 던지고 나가버렸다.이날 회의는 경기도지사 후보경선 돈봉투 파동을 마무리하기위해 열렸다.
그러나 봉합은 커녕 악화돼 버렸다.
李총재는 黨진상조사위(위원장 趙世衡부총재)의 보고서가 편파적이라며 회의 진행을 거부한 것이다.
李총재는 김천-금릉지구당개편대회에 내려가면서 당사 곳곳에 낙천자들이 항의하며 흩뜨려놓은 집기를 치우지 못하게 하고 총재실을 잠궈버렸다.
李총재의 불만은 진상조사위가 장경우(張慶宇)의원측이 대의원들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한 것만 인정하고 동교동쪽의 폭행 사주는대수롭지 않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李총재의 한 측근은『동교동은 화살을 다 쐈다.이제 우리 차례다』고 말했다.이규택(李揆澤)의원이 폭행당한 것과 관련해 권노갑(權魯甲)부총재를 지명한 고발장까지 만들어놨다고 했다.
李총재를 특히 자극한 것은 동교동계가 유준상(柳晙相)부총재를통해 張의원의 사퇴를 유도한 점이다.柳부총재가 24일 저녁 시내 G호텔에서 張의원을 만나 사퇴 방법을 협의하고,張의원이 金이사장을 찾아가기로 했다고 한다.
李총재는 자신도 모르게 진행된 이 사실에 발끈한 것이다.李총재의 측근은『겉으로는 李총재에게 일임한다고 말해놓고 뒤로는 엉뚱한 공작을 해왔다』고 동교동측을 비난했다.
李총재측은 최근 김대중(金大中)아태평화재단 이사장이 선거기간호남지역을 돌겠다고 한 것도 비호남권을 겨냥한 李총재의 지자제포석을 망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호남에서 지역감정이 일면 일수록 다른 지역에서는 죽을 쑨다는 것이다.
여기에 24일 오후 당사에 몰려온 안산시장후보 경선 낙선자측이 총재실 기물을 부수고 李총재의 사진을 찢어놓은 사건이 터졌다.출근해 이를 본 李총재는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이 낙선자는경기지사후보 경선때 동교동측 안동선(安東善)의원 지지자로 알려졌다. 그는 오후 김천-금릉지구당 개편대회에서 총재직 사퇴등 중대결단까지 시사하고 나왔다.또『중앙당에는 일부 계파가 나를 상처내기 위한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면서『더 버틸 기력이 없다.모든 것이 한계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선거 이후를 겨냥한 민주당내 계파들은 선거 승패마저 자기 계파 후보의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중앙당 기능은 이미 마비돼 있다. 동교동측은 李총재가 선거를 볼모로 자기지분만 챙기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당 일각에서는 李총재가 경선파문을 당권과 거래하려 질질끌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계파간 감정대립은 점점 깊어져 자칫하면 선거정국을 파쟁으로 망쳐버릴 위기감이 민주당 주변에 넓게 퍼지고 있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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