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골프 금지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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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0일 골프 금지 논란에 휩싸였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이 시점에 골프를 치는 수석이나 비서관은 없겠지만…” 하고 운을 뗀 것이 알려지면서다. 청와대 비서관들은 ‘골프 금지령’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마침 이날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공무원 사회에 강도 높은 자성을 요구해 긴장감이 더했다. 공무원 사회의 상명하복(上命下服) 속성과 맞물려 청와대발(發) 골프 금지령이 입소문을 타고 정부 각 부처는 물론 공기업과 산하기관으로 빠르게 전파됐다.

하지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에 골프 금지령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류 실장 발언에 대해선 “골프 금지령을 내리는 건 권위주의 시대 유물이다. 류 실장 발언은 ‘바쁘니 골프 치기 힘들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라고 해석했다. 이어 “상황이 되고 필요하면 골프도 치는 게 창조적 실용주의다. 나도 가까운 시기에 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 쪽에선 “별 보며 출퇴근하는 마당에 골프 자체가 사치”라는 ‘NO 골프 동참파’가 나왔다. 다른 쪽에선 “납득하기 힘든 사생활 간섭”이라며 “각자 알아서 판단할 문제”란 주장도 있었다. 이런 논란 속에 청와대는 “향응과 접대를 받지 말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골프 금지령과 무관하다”고 결론 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취임한 뒤 공무원에 대해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공식 지시는 아니지만 골프 치다 적발되면 불이익을 받았다. 청와대의 골프연습장도 없앴다. 당시 골프 금지령은 해외토픽으로도 소개됐는데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공무원 골프를 금지한 사실이 없고, 다만 내가 골프를 안 치겠다고 말했는데 밑에서 과민반응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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