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금융위의 시대착오적인 언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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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금융위원회가 시대착오적인 언론관을 드러냈다. 어제 기자실에 통보한 기자실 운영 지침이 그렇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자기들 보기에 공정성이 결여된 보도를 할 경우엔 출입기자의 등록을 말소하겠다, 기자실에 주 3회 이상 나오지 않을 경우 사유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옛 재경부의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합해 새로 출범한 핵심 정책기관이다. 그 첫 작품으로 내놓은 것이 기자실 출입 제한을 통한 언론 길들이기인 셈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언론에 관한 한 노무현 정부가 아직도 살아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대선 당시 “정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언론 브리핑 룸을 복원하고 취재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새 정부는 ‘프레스 프렌들리(언론 친화적)’라는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위의 지침은 새 정부의 정책을 알지 못하는 일부 기관의 돌출 행위인가. 될 수 있는 대로 감추고, 피하고, 속이고, 거짓말로 순간을 넘기려는 것이 공무원들의 속성이다. 이를 꿰뚫어 알지 못하면 번번이 낭패만 보는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금융위의 언론 지침이 바로 그런 예가 될 것이다. 말로써 하는 약속과 다짐만으로는 공무원들의 행동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실질적인 정책과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실행에 나설 때에야 비로소 변화를 실감하고 움직인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어제 ‘취재 지원에 관한 기준’ 등 총리 훈령을 폐지하고 경찰청 기자실을 우선 복원한다는 방침 등을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금융위원회의 황당한 ‘기자실 운영 지침’이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같은 정부 안에서 이렇게 다른 일이 벌어지니 혼란스러울 뿐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은 바로 언론 자유에 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하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생명선이라는 신념 말이다. 새 정부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프레스 프렌들리’를 실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