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對日연구.통상정책 세대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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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근 美.日간에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무역마찰은 일시적 충돌이아니라 미국의 대일(對日)전략변화에서 비롯된 체계적인 공격이라는 주장이 일본전문가들 사이에 나돌고 있다.
일본의 미국전문가들은 전후(戰後) 미국의 일본연구자를 대략 5세대그룹으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제1세대는 故에드윈 라이샤워前주일대사 세대,즉 부친이 선교사나 신문기자로 일본에 장기체류한 그룹이다.전쟁세대로 불리는 제2세대는 육.해 군 정보부대와종전후 점령군사령부(GHQ)에서 활약한 것이 인연이 된 연구자들이다.하버드 패싱,사이던 스태커,짐 모리 등 3인의 컬럼비아대학 명예교수 및 재벌해체의 이론가인 엘리너 하트리 여사 등이여기에 속한다.
제3세대는 라이샤워 교수의 하버드제자들로 CIA연구기관의 에즈라 보겔 상급분석관(하버드대 교수),너새니얼 세이어 존스 홉킨스대 교수 등.제4세대는 60년대 후반 일본연구에 뛰어든 그룹으로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교수,켄트 캘더 프린스턴대 교수,조 머세이 前USTR(무역대표부) 일본국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일본정치연구에 나선 제5세대는 전후 태어난 젊은 연구그룹이다.클린턴 대통령도 이에 속한다.모치주키 캘리포니아대 교수,후쿠시마 일본ATT본부장 등으로 일본 계 3세가 눈에 띈다.
미국내 일본연구의 흐름은 이처럼 5세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데 전통적인 문학.역사.사회구조를 연구하던 것이 70년대부터 경제대국 일본의 성장비밀을 캐는 쪽으로 옮겨졌다.예를 들면 통산성의 파워 등을 구체적으로 캐 들어간 것이다.8 0년대 이후는 문화역사론보다는 일본위협론에 근거한 비즈니스.경제.법률 분야가 두드러졌다.이에 따라 일본경제.경영론이 붐을 이뤄 미국내에 일본어를 가르칠 인력이 부족할 정도였다.80년대는 또 자민당의 정책결정기구,族의원 등 정치역학에 대한 분석도 인기 연구테마였다.관민(官民)일체의 산업정책,정치.관료.경제계의 소위 정관재(政官財)삼각구조에 대한 연구도 활발했다.
그러다 90년대 들어 냉전종결,거품경제 붕괴,자민당 단독지배종언,정관재 유착구조 와해 등과 더불어 일본예찬론과 일본위협론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80년대 후반 공화당정권 시대 일본이질론(異質論)을 바탕으로 한 수정주의자들의 일 본두들기기(저팬배싱)가 클린턴 정권에 들어 주춤한 것은 같은 현상이다.두들겨 봤자 효과가 신통치 않은 데 대한 실망감과 일본의 장기불황과는 반대로 미국의 산업이 되살아나 자신감과 여유를 회복한 데기인한다.
지금은 친일파그룹.수정주의자.신수정주의자(강경일변도에서 탈피해 전략적 협상으로 쉽게 이익을 얻어 낸다는 주의)등 3개그룹이 대일정책을 놓고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미일 자동차협상의 미국측 창구인 USTR가 최근 대일협상팀을재편한 것은 미국내 일본연구의 변화를 대변한 것이다.대일강경파인 바셰프스키 차석대표가 물러나고 전략가로 불리는 샤피로 법률고문이 책임자로 앉았다.부장.과장진용도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전문가들로 새로 짜였다.
일본은 캔터 USTR대표가 클린턴대통령의 재선대책 핵심참모로최고의 권한을 갖고 대일강경파의 선봉에 서 있다고 분석한다.그러나 미국내의 일본 인식 변화를 볼 때 온건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백악관(타이슨 경제보좌관),상무부(브라운 장관)의 견제가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들은 일본으로부터 가시적인 결과를 따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현재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전략적인 협상자세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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