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범죄 처벌 못한다"인식높아-韓美行協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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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주한 미군들의 서울지하철 충무로역 구내 시민 폭행사건에 이어21일 강원도춘천에서 미군 8명이 개인택시 승객을 집단 폭행한사건이 발생,불평등한 韓美행정협정(SOFA)을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들이 지하철이란 공공시설에서 여승객을 성희롱하고 이를 말리던 시민을 폭행하는등 안하무인격인 범죄를 저지른 근본 이유는 주한미군 범죄자에 대한 우리의 재판권 행사비율이 지나치게 낮기때문이라는게 검찰의 분석이다.
즉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관행과 인식이 미군들의 범행을 부추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끔찍한 주한미군 범죄로 기록된 지난 92년10월 케네스 마클 이병의 윤금이(尹今伊.당시 20)씨 살해사건 이후에도하루평균 5건,연평균 2천2백여건이 발생하는등 미군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재판권행사율은 연평균 2%를 넘어선 적이 없다. 이는 미군의 국내범죄에 대한 일본(32%)과 필리핀(21%)등의 재판권 행사율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현상의 주된 이유는 91년 개정된 한미행협의 독소조항때문이라는 것이 학계및 시민단체들의 일치된 주장이다.
「미군당국이 요청하면 한국 정부가 전속 재판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 한미행협 제22조2항(합의의사록)과「피의자가 미군 관할하에 있으면 재판이 끝날때까지 미군 당국이 구금한다」고 돼있는 5항(본문)등이 대표적독소 조항으로 꼽 힌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미군의 공무상 범죄 여부에 대한 판단도 주한미군 당국이 하도록 규정돼 있어(합의 의사록22조3항) 이역시 빠른 시일안에 시정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반면 일본의 경우 범죄 시점이 공무중에 이뤄졌는가에 대한 최종판단 권한이 일본정부에 있고 미군 피고인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 우리나라는 항소조차 불가능하지만 일본은 항소가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주한 미군의 가벼운 범죄도 고의성만 입증되면 모두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올들어 재판권 행사비율이 지난해보다세배이상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미행협중 문제의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협정이 마련되지 않고선 주한미군 범죄의 감소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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