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시대명음반>바이올린독주 실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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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인물이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함께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의 인품과 재능이 빼어났다면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자크 티보는 프리츠 크라이슬러나 아돌프 부슈 같은 위대한 인품의 소유자는 아니었다.그러나 음악적 재능만큼은 바이올린 연주사에 우뚝선 봉우리로 남을 만큼 독창적이고 걸출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티보(1880~1953)는 13세 때 파리음악원에 입학해 거장 마르탱 마르식의 문하에서 카를 플레슈,조르주 에네스코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이 음악원을 우등으로 졸업한 후 잠시 카페 라운지의악사로 전전하기도 했지만 결국 유명한 선배 외젠 이자이와 함께프랑스-벨기에 악파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그 이름을 뚜렷이 새겼다.
티보는 유연한 보잉과 화려한 비브라토를 구사하며 역사상 가장현란한 음색을 만들어냈던 명연주자.그의 전성기가 20세기 전반이었고 현재까지 발매된 레코딩의 복각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던 탓에 그런 이야기는 전설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영국의 APR에서 내놓은 이 앨범은 복각상태가 매우 뛰어나 독특한 음색과 탁월한 기교가 만들어내는 바이올린의매력을 생생하게 전달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이 음반에 수록된 티보의 연주는 1929~36년까지의 전성시대에 녹음한 유명한 비탈리의『샤콘』을 비롯해 에클레스와 베라치니의 소나타,포레의 자장가,파야와 그라나도스의『스페인 무곡』등이미 그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널리 알려져 있다 .
이밖에도 41년 에른스트 앙세르메가 이끄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랄로의『스페인 교향곡』과 30년 녹음한『노르웨이 환상곡』,36년 녹음한 모차르트의 『안단테』와 같은 귀중한 자료도 들어 있다.
〈APR7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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