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세계선수권대회] ‘할리우드 액션’ 오노는 친한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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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헤이( Hey)!”

2008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10일 강릉 실내종합경기장. 경기장 한쪽에서 쇼트트랙 국가대표 상비군 김완상(21·단국대)이 반대 편에 있던 미국의 안톤 오노(26·사진)를 보고 반갑게 달려갔다. 한국 국민 사이에서 오노는 ‘반칙왕’으로 낙인 찍힌, 달갑지 않은 선수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의 금메달을 뺏어간 선수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김완상은 오노를 만나자 “형, 너무 기다렸어” 하며 떠듬떠듬한 영어로 인사를 했다.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했다. 둘은 2006년 10월 2주 동안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쇼트트랙 최강’인 한국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싶어 한국을 찾았던 오노는 김완상·조수훈(19)과 함께 조수훈의 서울 집에 합숙하며 스케이팅을 했다. 조수훈은 인기 탤런트 조재현씨의 아들이기도 하다.

김완상은 “한국 사람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오노는 정말 좋은 형이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고 정이 많다”고 말했다. 2년 전 조재현씨 집에 기거할 때 한국 음식을 배운 뒤 한국 음식도 거의 가리지 않고 먹으며, 특히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했다.

오노의 현재 감독과 코치는 모두 한국인이다. 전재수 감독과 장권옥 코치가 그들이다. 전 감독은 “오노는 스케이팅에 대한 열의가 남다른 것도 예쁘지만 그보다 인간 됨됨이에 더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장 코치도 “오노는 미국 명절이나 주말이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내가 혼자 밥을 먹을까 봐 어김없이 우리 집에 찾아온다. 한번은 대회 1등을 하고는 금메달을 내 목에 걸어주며 ‘이건 감독님 거다’고 말하더라”며 고마워했다. 장 코치는 이어 ‘한국인들의 오노에 대한 편견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2002년 ‘할리우드 액션’에 대해 묻자 오노는 “나는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인 친구도 많다. 그때(2002년)는 너무 옛날이니까 이제 잊어줬으면 좋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강릉=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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