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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푸코 傳記 번역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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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철학은 한시대의 구체성에서 출발하면서도 그 구체성을 넘어 언제나 보편성을 추구한다고 할 때 「철학자에 대한 전기」는 어떤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포스트 모더니즘의 선구적 철학자와 동성연애자,극좌 마오쩌둥(毛澤東)주의자와 반공주의자,이처럼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남긴 「광기의 철학자」 미셸 푸코(1928~1984)의 전기 『미셸 푸코』上.下가 박정자(상명여 대 불어교육과)교수에 의해 번역 출간됐다(시각과 언어).
푸코가 에이즈로 세상을 뜨기전 5년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현대 지성사의 지형 속에서 그의 삶과 사상을 교직해 낸 사람은 프랑스 옵세르바퇴르誌 기자 디디에 에리봉.그의 말처럼 한철학자에 대한 음부노출과도 같은 까발림이 역설적 으로 철학적 권력에 내포하는 성행위 엿보기 취미를 인정해주는 방법이 아닐까. 푸코는 음악가인 장 바라케,철학교수인 다니엘 르페르와의 동성애,고등사범시절 반복됐던 자살미수와 불안,68년 5월혁명 이후 겪어야 했던 피수자(被囚者) 혹은 이민 노동자로서의 생활,제3세계의 해방문제에 깊이 개입해 毛사상에 심취했던 극좌적 지식인,그러면서도 폴란드에서 동성애 상대로 접근한 첩자의 밀고로강제출국 당한 후 가졌던 공산주의에 대한 강한 증오심 등 도무지 하나의 잣대로는 평가할 수 없는 모순에 찬 신비의 인물이다. 이 책은 이러한 그의 이율배반적 모습을 프랑스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건들에다 간간이 그의 사상을 교차시키면서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 구조주의 및 脫구조주의 거장들과의 지적교류를 다룸으로써 프랑스지성사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는 공산주의자인 부인을 살해하고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은 프랑스 마르크스주의자 루이 알튀세,모든 형식의 언어 해체를 주장하는 자크 데리다는 물론 조르주 강킬렘,질 들뢰즈,레비스트로스,피에르 부르디외 등 현대 프랑스의 중요 한 지성들이 망라돼 있다.
푸코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스웨덴 웁살라大 박사학위 논문으로 썼던 『광기의 역사』가 공간(公刊)되면서부터였다.
당시는 프랑스학생들의 극좌적 운동으로 사회전체가 들끓는 상황에서 감옥에 갖힌 사람들의 인권문제가 대두하고,정신분석학이 사회분석의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던 때였다.
그 명성을 더욱 확고하게 한 것이 66년에 나온 『말과 사물』이다. 여기서 그는 한 시대 사유의 한계를 표현하는 것이 에피스테메(지식)라고 규정한다.
그는 인간 중심의 에피스테메가 고색창연한 명제가 아니라 불과1백50년밖에 안된 최근의 발명품이라 분석하고 데카르트 이후 서구 지성사의 밑그림을 그려왔던 「이성적 주체」의 죽음을 선언함으로써 기존의 모든 관념론과 실재론을 거부한다 .초현실주의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파이프 그림을 분석하면서 『이것은 파이프가아니다』고 했던 것처럼.
국내에서는 90년대 이후 마르크스주의로 대변됐던 이성적 주체에 의한 현실 변혁이 좌절되면서 「주체의 죽음」을 선언한 푸코의 철학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광기의 역사』『말과 사물』『감시와 처벌』『성의 역사』등 그의 주요한 저작들은 거의 모두 번역된 상태.
이번의 전기는 푸코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우리에게 보편적 형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그의 철학을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金蒼浩〈本紙학술전문기자.哲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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