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식의 동물 이야기]‘홀로서기’ 가르치는 동물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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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39면

우리나라 부모의 자식 사랑과 교육에 대한 열정은 유별나다고 할 수 있다. 오래전 ‘치맛바람’이란 말로 표현되기 시작한 자녀교육에 대한 열기는 조기교육과 해외유학 붐으로 이어져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였고, 최근에는 자녀의 주변에 머무르면서 온갖 일을 대신해주는 ‘헬리콥터 부모’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결혼한 후에도 부모의 관심은 끊이지 않아 ‘마마보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동물도 자식에 대한 사랑과 교육열이 지극하다. 그러나 대물림이 없는 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야 하고 종족을 보존해야 하는 그들의 방법은 ‘홀로서기’에 무게를 두어 우리네 현실과 조금은 다른 듯하다. “사자는 새끼를 낳으면 바위 밑으로 떨어뜨려 스스로 기어 올라오는 새끼만 키운다”는 말은 잘못 알려진 이야기지만 강한 자식으로 만들려는 어미들의 노력을 적절히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나무 위에서 많이 생활하는 오랑우탄(사진)의 경우 새끼가 걸음마를 시작하면 어미는 맨 먼저 나뭇가지 잡는 법을 가르친다. 동물원에서 관찰해보면 어미는 새끼를 머리 위에 목말을 태워 높은 곳에 걸려 있는 로프를 잡게 한다.

그런 다음 거리를 두고 떨어져 새끼를 모른 척하면서도 세심히 살펴본다. 새끼는 어미를 향해 힘들다며 내려 달라고 한다. 어미는 무관심한 듯 딴전을 피운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육사도 새끼가 떨어질까 봐 불안하다. 그러기를 한참, 어미는 새끼가 최대한 견딜 수 있는 순간까지 지켜본 후 새끼에게 다가가 내려준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훈련이 반복되면서 나무 위 생활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일생 동안 사냥을 해야 하는 사자·호랑이·표범 등은 젖을 떼면 바로 사냥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처음에는 한배에서 난 형제들끼리 장난을 치면서, 어미와 같이 놀이를 하면서 기본동작을 배운다. 다음에는 어미가 사냥감을 반죽음 상태로 가져와 새끼에게 시범을 보이며 사냥감 다루는 법을 실습하게 하고, 점차 작은 동물부터 큰 동물까지 사냥하는 방법을 익히게 한다.

이렇듯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교육은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된다. 교육이 끝나면 대부분의 새끼는 어미 곁을 떠나게 된다. 안 떨어지려는 자식을 매몰차게 내쫓는 어미는 그 정이 인간만 못 해서가 아니다. 그들도 돌보는 기간 동안에는 새끼가 행여 외적에 다칠까봐 노심초사하고 먹이가 있으면 새끼부터 챙기는 등 누구 못지않은 애정을 보인다. 그러나 사랑하는 자식이 그동안의 체계적인 교육으로 홀로 설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하면 그들의 종족을 보전하기 위한 새로운 삶을 시작하도록 떠나 보내는 것이다.

사자나 코끼리 등 집단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의 수컷 새끼는 번식기에 도달하기 전에 무리를 떠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게 되고 호랑이나 곰과 같이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은 암수 모두 어미 곁을 떠나야만 한다. 떠난 수컷은 경쟁을 통하여 새로운 집단에 합류하게 된다. 이는 근친을 피하여 우수한 후손을 만들어내기 위한 지혜의 결집인 것이다.

사람의 경우 부모들은 시작도 끝도 없이 자식 문제에 매달려 사는 듯하다. 언제까지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져야 하는지 부모들의 머리는 복잡하다. 미래에 경쟁력 있는 후손으로 만들기 위해 모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동물들의 단순하면서 목표가 뚜렷한 교육방법에는 미치지 못하는 면이 있다. 인간과 동물은 사고와 생활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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