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잡는 不渡루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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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증시(證市)에 악성(惡性)루머가 끊이지 않고 나돌고 있다.지난 3월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후 다소 가라앉는 기색을 보였던 증시의 악성루머는 최근 건설업체의 부도설등을 중심으로 다시 불거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건설업체의 부도설이 횡행하는 데는 실제로 건설업계의 전반적 사정이 어렵다는 배경을 깔고 있다.올들어 4월말까지 부도로 문을 닫은 전문건설업체는 모두 2백3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 늘어났으며,전국 미분양아파트의 적체(積滯)현상은 가중되고 있다.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배경으로 경쟁업체를 음해(陰害)하거나 또는 증시에서의 주가조작을 위한 이른바 「작전성(作戰性)」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이런 악성 루머는 건설업계가 더 심하다는 것 뿐이지 다른업종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나돈다.
기본적으로 수백만명의 투자자들이 정보전쟁을 벌이는 증시 주변에 소문이 무성한 것은 당연하다.이런 소문들중에는 결국 사실로드러나는 것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기업들간의 그릇된 경쟁이나 주가 교란,또는 정치적 목적등을 위해 사실을 의도 적으로 과장하거나 아예 없는 일을 만들어내는 것들이다.
이런 악성루머들은 멀쩡하던 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거나 또는 자금융통스케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흑자도산(黑字倒産)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특정기업 뿐 아니라 전반적인 장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특히 요즘처럼 증시여건이 그 다지 좋지 않을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루머를 행정력으로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오히려 악성 루머의 조작과 유포는 증시의 불안정을 증폭시키고,요즘같은 장세에서는 증시침체를 가중시켜 루머 유포자를 포함한 투자자 모두에게손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유념하는 것이 더욱 중요 하다.
아울러 기업 스스로도 평소에 기업내용을 정확히 알리는 노력을더욱 강화해야 한다.불성실 또는 허위공시를 마다하지 않는 기업의 행태가 투자자들을 루머에 현혹되게 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기업과 증시,나아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그 성원 모두가 도덕성을 높이고,공정한 룰을 지키겠다는 각오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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