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유展-정송갤러리서 6월3일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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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무장무단』(無長無短)과 『무다무소』(無多無小)가 적힌 간판이 사당의 양쪽에 길게 걸려있다.지붕 아래로는 『무심유족』(無心唯足)이 새겨진 큰 간판이 가로로 놓여있고 방안에는 원모양으로 단순화된 꽃 사이로 도사(道士)인듯한 한사람이 무심경(無心境)의 묵상에 취해있다.동양사상의 큰줄기를 형성해온 노장(老莊)정신의 정수를 그대로 옮겨놓은 분위기다.세상과의 접촉을 꺼리며 은둔자적 생활로 자족해온 원로화가 김상유(金相游.69)화백의 탈속적인 삶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근작 유화작품 20여점중의하나다. 이번 전시는 80년대 이후 작업을 재개한 金화백이 새.구름.물오리.꽃과 책상다리를 한 수도승을 소재로 일상의 번잡함을 멀리하고 자연의 정적과 합일의 경지를 표현한 작품을 집중소개한다.『고운정』(孤雲亭),『계산유거』(溪山幽居),『 무념당』(無念堂)등 타이틀만으로도 작가의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1926년 평남 정주에서 태어난 金화백은 판화와 유화작품으로 많은 국내외 전시를 가졌으며 90년에는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548)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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