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울리는 ‘무늬만 개정판’ 교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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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성대 신소재공학과 2학년인 송규호씨는 새 학기를 맞아 7권의 교재를 샀다. 책값만 25만5000원이 들었다. 송씨는 한 권에 4만원 가까이 되는 책값 때문에 헌책을 살까 했지만 포기했다. 7권 모두 2008년 개정판이 나와 혹시 내용이 다를까해서다. 그러나 책을 샀더니 달라진 내용이 없었다. 송씨는 “출판사에 속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출판사가 새 학기를 맞아 크게 달라진 내용 없이 교재가격을 올려 신판을 찍어내고 있어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다.

숙대 법학과 4학년인 손소희씨는 최근 전공과목인 노동법 책을 사려다 깜짝 놀랐다. 몇 년 전만 해도 2만6000원이었던 책이 올해 7판이 나오면서 4만원이 된 것이다. 손씨는 “매해 개정판을 내더니 책값이 몇 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각 대학교 온라인 게시판에도 출판사의 상술을 비난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책값 아끼며 교재 마련하는 노하우가 학생 사이에서 단연 화제다. ‘도서관 장기 대출형’과 ‘교수님 읍소형’ 등이 인기 노하우다. 장기 대출형은 전공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대출해 공부하는 형태로 대출 기간이 지나면 친구의 학생증으로 책을 또다시 빌려 학생증 돌려막기 대출을 한다. 교수님 읍소형은 해당 과목의 교수를 찾아가 교수가 가지고 있는 여분의 책을 받아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학생들이 많이 듣는 과목의 책을 헌책방에서 대량으로 사놓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팔아 필요한 책을 사는 ‘헌책 팔아 새책 사자형’도 늘고 있다.

글=한은화·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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