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미녀가 망가지면 시청률 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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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재미를 본 '여배우 망가뜨리기'가 TV에서도 통할까. '낭랑 18세'후속으로 15일 시작하는 16부작 월화 드라마 '백설공주'(KBS2.이재상 연출)가 관심을 끄는 이유 중의 하나다.

'백설공주'는 찐빵집 딸로 태어나 늘 흰 밀가루를 묻히고 다니는 통에 '백설공주'라는 별명을 얻은 마영희(김정화 분)가 바람둥이 형제 진우(연정훈).선우(이완)와 벌이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영희의 친구인 장희원(오승현)과 미나코(조윤희)가 얽히면서 남녀관계는 복잡하고 코믹하게 얽힌다. 삼각.사각으로 얽히는 남녀관계에다 배다른 형제의 등장, 연상연하 커플 등 요즘의 트렌디 드라마와 별로 다르지 않은 줄거리임에도 눈길이 가는 건 순전히 두 여주인공 영희와 희원의 망가지는 캐릭터 때문이다.

영희는 백설공주처럼 피부가 뽀얗기는커녕 학창시절 햇볕 아래서 그을리며 투포환을 던지던 팔뚝 굵은 '강원도의 마녀'였고, 희원 역시 '뒷모습만 수퍼 모델 이소라'로 불렸다가 환골탈태한 리듬선수 출신의 성형미인이다. 비록 이제는 팔뚝 살 빼고, 툭 튀어나온 이빨도 성형수술로 고쳤지만 과거 못생겼던 시절의 생활습관만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논리정연한 척 하지만 원래 어리버리한 영희는 엽기적이고 과장스런 표정이 일상화한 인물. 희원 역시 예쁜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방귀를 뿡뿡 뀌고, 손을 엉덩이에 대고 옷 위로 팬티끈을 잡아다니면서 망가진다.

김정화는 "시종일관 '오버' 해야하는 캐릭터라 혹시 연기가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라지만 이재상 PD로부터 "표정이 갈수록 풍부해진다"는 칭찬을 들으며 합격점을 받았다. '스크린'(SBS)이나 '천생연분'(MBC)에서 새침한 악역을 맡았던 오승현 역시 차가운 도시미인 이미지 대신 망가지는 연기에 도전했다.

2회분에 잠깐 등장하는 이들 두 사람의 과거 모습은 특수분장으로 처리했다. 김정화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원피스형 특수옷을 입어 골격좋은 투포환 선수로 변신했고, 오승현은 석고로 얼굴을 떠서 입 튀어나오고 코가 뭉뚝한 추녀로 다시 태어났다.

'백설공주'는 이처럼 줄거리보다는 캐릭터와 에피소드 중심의 시트콤같은 드라마다. 이런 새로운 시도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지켜볼 일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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