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로렌.마스트로이안니26년만에 화려한 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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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소피아 로렌(61)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72).
많은 국내팬들은 이들을 애절한 사연을 한스럽게 가슴 깊숙이 숨기고 사는 비련의 연인으로 여긴다.실제 이들 사이에는 아무런스캔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비토리오 데 시카감독의 69년작 『해바라기』때문이다.눈물겨운 서정시같은 이 영화에 서 둘은 너무도 애타는 이별의 사연을 한국관객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놨다. 국내에서 70년대 개봉돼 극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으며 80년대초에도 재차 개봉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해바라기』에서 둘은 전쟁으로 15년간 헤어져 산 부부로 출연했다.2차대전중 이탈리아군으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참전했다 행방불명된 남편을 15년간 기다리던 부인이 러시아로 가서 수소문한 결과 러시아 여자와 결혼해 있는 남편을 발견 한다는 주부용 TV연속극 분위기의 영화다.
이들이 26년만에 함께 영화에 출연해 관객들의 가슴을 태웠던애끓는 상련들을 다시금 더듬게 만든다.
로렌과 마스트로이안니가 감격의 만남을 연출한 영화는 로버트 올트먼감독의 『패션쇼』.이 영화는 국내수입돼 13일 개봉된다.
『패션쇼』는 봄에 파리에서 열린 기성복 패션쇼가 이뤄지기까지의 과정과 진행되는 모습등을 영화의 핵심으로 삼고 다양한 유명배우들을 조금씩 출연시켜 여러 삶의 형식을 보여주는 특이한 형식을 가진 영화다.여기서 둘은 40년간 파리와 모 스크바로 떨어져 지낸 이탈리아의 연인으로 출연한다.
『해바라기』에서의 설정을 따온 것이다.둘이 만나 『우리가 얼마만이지.40,42년만인가』『변화와 혼란,공포와 전투.당신에게도 연락할 길이 없었어.그렇게 시간이 흘렀어』등의 대사를 나누는 부분은 전쟁으로 헤어진 『해바라기』의 내용을 상상케하기에 충분하다.
마스트로이안니는 백발로,로렌은 뚱뚱해진 모습으로 등장해 검은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매력적이었던 둘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세월을 느끼게한다.
또 63년 공연한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의 한장면도 『패션쇼』에서 재연된다.『멋진 방이군요』『나폴리의 그 방과 같아』로 시작하는 이 대목은 그 영화때처럼 로렌이 옷을 하나하나 벗어 마스트로이안니에게 던지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과 똑같은 장면이다.다만 그런 장면을 지켜보던 마스트로이안니가 잠이 들어버리는 부분만 다르다.올트먼감독은 이 대목을 두고 『그 순간을 40년씩 기다리다보니 지쳐 잠들었다』고 유머있게 설명한다.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상당히 기억되는 명작의 그 배우와 그 장면을 자신의 영화에 연결함으로써 오랜 팬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고 젊은 팬들에게는 영화의 전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올트먼 감독이 둘을 출연시킨 의도.
영화에 대한 팬들의 기억마저도 영화의 재료로 써먹는 감독의 기지가 놀라울 따름이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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