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꽉 끼어도 ‘부드러운 압박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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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대 프리미엄 데님 중 하나인 ‘제임스 진’의 디자이너 임승선(35)씨. 그 는 직접 자신이 만든 청바지를 입고 촬영에 임했다. [사진=김형수 기자]

 ‘프리미엄 데님’에는 일반 청바지와 다른 매력이 있다. 날씬해 보이는 통 좁은 청바지는 실제로 입었을 땐 편하기도 하고, 제 위치보다 위쪽에 자리잡은 무릎 선은 다리를 길어보이게도 한다. 가격대가 높다 보니 작은 부분에도 섬세하게 신경 쓴 덕이다. ‘당신 딸의 청바지가 아닌 것’이란 브랜드처럼 프리미엄 데님은 3040세대에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 국내에서 잘 팔리는 프리미엄 데님의 특징을 브랜드로 알아봤다. 3040을 위한 프리미엄 데님 입문 가이드다.

◇뒤는 높고 앞은 얕다=청바지의 착용감은 앉았을 때와 섰을 때가 다르다. 옷을 사기 전에 입어볼 때 쭈그려 앉아볼 수도 없다. 몸에 꼭 맞는 청바지일수록 착용감이 가장 중요한데 ‘제임스 진’에는 믿을 만한 구석이 있다. 엉덩이를 감싸는 뒷부분이 옆구리까지 올라오도록 높지만 앞부분은 상대적으로 낮다. 앉았을 때 속옷이나 엉덩이가 보일까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디자인이다. 앞부분이 낮아 꼭 맞는 허리 사이즈라도 압박감이 덜하다. 뒤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가는 뒷주머니에 ‘다트’(천을 긴 삼각형으로 주름잡아 꿰맨 것)를 넣어 입체감을 살린 게 인기 비결이다.

◇초보자는 좁은 ‘플레어’=가장 무난한 디자인에 속하는 ‘부츠 컷’ 청바지에서 무릎 아래로 넓게 퍼지는 것을 ‘플레어’라고 한다. ‘세븐진’의 플레어는 다른 브랜드 것보다 좁은 편이다. 세븐진은 ‘세븐 포 올 맨카인드’라는 긴 이름을 줄여 부른 것. 플레어가 너무 펄럭이면 나팔바지처럼 촌스러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좁은 플레어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스트레치 부트컷 뉴욕 다크’라는 품명의 청바지가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프티트’라는 이름을 더한 것은 원래 모델보다 바지 길이가 9㎝ 짧아 한국인 체형에 어울린다는 평이다.

◇고르고 또 골라=전 세계 프리미엄 데님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이탈리아 브랜드 ‘디젤’이다. 1978년 선보였으나 9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전 세계 매장이 200개가 넘는다. 생산량이 많아 디자인이 다른 브랜드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1세대 프리미엄 데님답게 섬세한 물빠짐으로 유명하다. 프리미엄 데님의 가치를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희소성’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겐 너무 유명한 것이 되레 단점이지만 초보자에겐 그만큼 안전한 브랜드다. 총알 구멍을 낸 것처럼 잔잔한 헤짐이 있는 ‘자탄’ 모델이 베스트 셀러다.

◇화려한 편안함=비싼 청바지가 화려한 장식을 의미한다면 ‘트루 릴리전’은 그에 맞는 브랜드다. 굵은 실로 큰 말발굽 모양을 뒷주머니에 새긴 것이나, 바지 안쪽의 박음질 또한 도드라지게 곡선을 이루고 있는 것 또한 그렇다. ‘천이 약해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지만 그만큼 소재가 부드럽다는 뜻이다. 소재가 잘 늘어나므로 처음 살 때 몸에 꼭 맞는 사이즈를 골라야 한다. 걸음걸이와 체형에 맞춰 바지 안쪽의 박음질선이 자연스럽게 틀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강승민 기자, 김승일·이선민(숙명여대 정치외교 4년)·장호영(고려대 경영 3년) 인턴기자
◇도움말=조화랑 대표(디젤 매니아), 조유상 실장(미로)


"프리미엄 데님은 화장한 청바지"
임승선 ‘제임스 진’ 디자이너

 ‘제임스 진’의 디자이너 한국인 임승선(35)씨는 프리미엄 데님을 “화장한 청바지”로 정의했다. 그는 “내 브랜드로 뉴욕 컬렉션에 참가했었다. 그 기본기를 살려 ‘맞춘 듯한 청바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진’은 미국 뉴욕의 유명 백화점인 버그도프굿맨·바니스·블루밍데일스 등에서 ‘세븐 포 올 맨카인드’ ‘트루 릴리전’ 등 유명 브랜드와 판매순위 1위를 다툰다. 제니퍼 애니스톤·엘리자베스 헐리 등이 단골 고객이다. 그는 프리미엄 데님의 디자인이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청바지만 35만 장 팔았다. 소속 디자이너도 5명이 더 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밑그림은 나 혼자만 그린다. 그래서 지금까지 매니큐어도 한 번 칠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임씨는 최근 영화배우 한예슬과 함께 디자인한 ‘레슬리 진’의 국내 출시를 위해 방한했다.

-디자인에 원칙이 있나.

“얇은 허벅지, 긴 다리, 올라간 엉덩이 세 가지다. 여자는 뒤태에 신경을 많이 쓴다. 청바지를 입었을 때 이 세 가지가 충족돼야 만족한다. 기준은 청바지를 즐겨 입는 여성, 바로 나다. 남성은 상대적으로 앞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

-화장한 청바지라니.

“원래 길지 않은 다리를 ‘길어 보이게’ 만드는 게 프리미엄 데님이다. 무릎을 허벅지 바로 아래쪽으로 끌어올리고 그 아래는 넓어지게 디자인하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 엉덩이가 올라붙게 보이는 ‘힙-업’스타일 역시 비밀이 있다. 바지 뒤 주머니를 입체 재단한다. 그래야 엉덩이 곡선이 살아난다.”

-일반 청바지와 무엇이 다른가.

“보통 청바지라면 큰 사이즈 바지의 밑그림은 그냥 그 사이즈만큼 크다. 하지만 프리미엄 데님에선 사이즈마다 밑그림이 다르다. 키가 5㎝ 크다고 엉덩이가 5㎝ 길진 않다는 것, 정말 기본적인 것인데, 지금까지 청바지는 대량생산 시스템이라 그렇게 못했던 것뿐이다.”

강승민 기자

프리미엄 데님 관리 요령

프리미엄 데님 한 벌은 대개 일반 청바지 두세 벌 값을 넘는다. 일부러 해지게 만들거나 장식이 많은 경우엔 가격이 더 비싸진다. 수공이 더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싼 만큼 오래 입어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 매장에선 ‘무조건 드라이클리닝하라’고 조언하지만 ‘비싸게 주고 샀더니 세탁비도 많이 든다’는 생각에 억울하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드라이클리닝은 한번만=구입 후 처음 세탁할 때만 드라이클리닝하는 게 좋다. 그래야 원래 색과 모양이 제대로 잡힌다. 이후엔 옷 안쪽에 달린 세탁 표기법에 따라 손빨래나 세탁기를 사용해도 된다. ‘손으로 꼼꼼히 만든 청바지일수록 세탁 후에도 물빠짐의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게 각 업체의 공통된 주장이므로 세탁법을 따랐는데도 변형이 심하다면 제품 자체의 결함이다. 다만 그늘에서 말려야 색 변형이 적고 너무 강하게 비틀어 짜면 모양이 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해진 청바지, 발가락 조심=큰 맘 먹고 산 프리미엄 데님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는 청바지의 해진 부분에 발가락이 걸렸을 때다. 손으로 하나씩 씨실 가닥만 남겨 만든 장식이 있는 청바지를 무심코 입다 보면 씨실 가닥에 발가락이 걸려 실이 끊어지기 일쑤다.

◇물빠짐에 맞춰 길이 수선=보통 바지를 줄일 땐 밑단을 잘라낸다. 하지만 프리미엄 데님의 경우 무릎 바로 아래서 통이 넓어지거나 밑단과 위쪽의 물빠짐이 다를 수 있으므로 길이를 줄일 때 무턱대고 밑단을 자르면 안 된다. 수선을 맡길 때 원형을 살릴 수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김승일 인턴기자(단국대 정치외교 4년) raproc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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