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잡지 여가관심10~30代겨냥 치열한아이디어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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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치에서 일상으로,시사에서 문화로,일터에서 놀이터로」.
잡지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여성지를 제외하면 정치야사.경제.
시사 일변도로 유지되던 잡지 시장에 「문화」와 「생활」을 표방한 잡지가 잇따라 창간돼 격심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잡지시장의 새로운 우세종으로 등장한 대표적인 잡지는 지난달 20일 창간호를 낸 대한문화사의 『GG』,5월말 창간예정으로 준비중인 시사저널의 『MAN』,지난달 25일 창간된 『KINO』등의 월간지와 주간지로 지난달 24일 창간된 한 겨레신문의 『씨네21』과 2일 첫선을 보인 中央日報社의 『Seoul Eye』.이들 잡지는 영상문화의 세례를 받았고 여가를 보내는데 관심이 폭증한 10대후반에서 30대중반을 겨냥,이들 세대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치열한 아이디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점이특징이다.
『MAN』은 여성지의 메뉴를 남성에 대입시킨 남성생활정보지로패션.건강.자동차.컴퓨터.성생활.시장정보.문화예술가이드 등을 담은 「백화점형」잡지다.이에반해 『GG』는 10대후반에서 20대초반 여성을 상대로 한 패션잡지 『쎄씨(Cci )』의 남자판이라 할 수 있다.신세대 남성을 주독자층으로 정하고 의상은 물론이고 화장품.액세서리.피부미용까지 과감하게 다룬다는 전략이다. 이들 세 잡지가 신세대의 생활을 파고 든 반면 『KINO』와 『씨네21』은 기성세대가 문학작품을 대하듯 영상문화를 고급스런 예술장르로 대하는 신세대의 문화적 취향에 착안한 잡지.『KINO』는 영화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전문지며 『씨네21』은 영화.방송.비디오를 다루는 좀더 포괄적인 영상문화정보지다. 中央日報社가 새로 선보인 『Seoul Eye』는 뉴욕의 『뉴욕』,도쿄의 『도쿄워커』,파리의 『파리스코프』와 비슷한 본격시티매거진.「서울은 2천원이다」라는 카피가 말해주듯『SeoulEye』는 1천2백만 수도권 주민을 위한 잡지며 그중 20대와30대 직장인을 겨냥하고 있다.
『Seoul Eye』의 전략은 『GG』같은 남성생활정보지와 『씨네21』같은 문화정보지 한권씩을 농축시킨 2개 섹션의 생활문화정보지를 만든다는 것.
편집책임자인 김진용(金津龍)씨는 『서울에 사는 중산층의 삶의질을 높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게 목표』라며 『주말저녁 애인을 만나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든 정보와 지식이 들어 있다』고 편집방향을 설명한다.
예컨대 창간호의 기사를 응용하면 블루진 전문매장에서 산 「페레 진」을 입고 애인을 만나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킬러』를보고 「오킴스」에서 생맥주를 마시며 「광고속의 섹스 미학」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다 내친김에 강남의 디스코테크 「줄리아나 노보텔」로 가는 식의 행동유형을 여럿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잡지가 한시대의 욕구를 가장 첨예하게 투영하는 거울이라면최근에 창간된 잡지들은 우리사회가 생산에서 소비로 관심을 옮겨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문화과학』의 주간인 평론가 이성욱씨는 『후기산업사회로 넘어간 서구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후기산업사회적소비문화가 싹트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이같은 형태의 잡지가 주종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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