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톱>히치콕의 "사이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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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충격을 받았을 때 사람은 공포심을 느끼게마련이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사이코』(PSYCHO.60년작)는 보는 사람의 기대를 배반하며 예상을 뒤엎는 살인으로 공포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심리영화의 고전.
히치콕은 화면마다 자신의 의도된 언어를 숨겨놓고 관객들로 하여금 그것을 읽어내도록 만든다.
관객들은 그 함정에 빠져『앞으로 이렇게 되겠지』 생각하지만 그 기대는 계속 무시당하고 새로운 상황속으로 말려들어가게 되는것이다. 영화는 불륜의 관계를 암시하는 에로틱한 화면으로 시작된다.하지만 이 장면은 살인이 일어나는 장면의 충격을 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정된 것.
관객들은 전반부에서 여주인공 마리온(재닛리)의 절도와 도피행각에 관심이 쏠리게 되고 그녀가 묵게 된 낡은 모텔의 젊은 주인 노먼 베이츠(앤터니 퍼킨스)의 친절함에 안도한다.
마리온이 느긋하게 샤워를 하는 도중 느닷없이 난자당하는 장면은 충격적이다.이 장면을 찍는데만 1주일 걸렸으며 45초를 촬영하는데 카메라의 위치를 70번이나 바꿨다고 한다.히치콕은 이끔찍한 장면의 충격을 줄여보고자 영화를 흑백으로 제작했다고 할정도. 한편 애인 샘과 그녀의 동생 라일라,탐정 아보가드로는 마리온을 찾아나선다.모텔에 먼저 도착해 노먼과 대화를 나누던 탐정은 의심을 느끼고 저택을 돌아보다가 돌연 살해당한다.
탐정을 기다리던 라일라와 샘은 살아있는 줄 알았던 노먼의 어머니가 이미 10년전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마을의 보안관으로부터듣고 명확한 사실을 알아내기위해 노먼의 저택으로 들어간다.위기일발 속에서 살아난 이들은 심리학자로부터 노먼이 자신의 어머니를 독살한 뒤 자신과 어머니의 정신세계를 이중으로 오가며 살아온 정신질환자라는 사실을 발견한다는게 영화의 마지막 장면.
히치콕은 이 영화에서 관객들과의 머리싸움을 즐긴듯하다.『마치오르간을 연주하듯 관객들의 심리를 조종했다』고 말할 정도로 이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 흡족해했다.주제나 배우의 연기보다 영상이나 음향등 기술적 요소로 대중적 정서를 이끌어낸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었다.
8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전세계적으로 1천5백만달러 이상의수입을 올린,히치콕 영화중 가장 상업성을 보였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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