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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GMO<유전자변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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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식품공전에 자신의 존재를 반드시 알리도록 한 식품이 둘 있다. 방사선 조사 식품과 유전자변형(GMO)식품이다. 정부가 안전성을 딱 부러지게 검증할 능력이 없으니 찜찜한 사람은 피하고, 무덤덤한 사람은 사 먹으라고 책임을 미룬 셈이다.

GMO는 과거엔 ‘녹색혁명’의 총아였다. 유전공학·생명공학을 1970∼80년대 최고의 인기학과로 부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맬서스의 『인구론』을 용도 폐기시키고 인류를 기아에서 해방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미국의 칼젠사가 최초의 GMO 작물인 잘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선보인 94년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시민단체와 일부 미디어가 사람이 먹어본 적이 없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프랑켄 푸드(Franken food)’로 낙인찍었기 때문이다. 이후 ‘GMO는 해롭다’는 막연한 인식이 소비자에게 뿌리내렸다. 지난해 세종대 경규항 교수가 1000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GMO를 사 먹겠다’는 사람은 13%에 불과했다.

현 시점에서 GMO의 안전성에 대한 판정은 기대난망이다. ‘피해를 본 것이 있으면 신고하라’는 지지자나, ‘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라’는 반대자나 서로 제 주장을 펼 뿐이다.

심지어는 GMO의 한글 표기도 제각각이다. 식의약청은 유전자재조합, 농림부는 유전자변형, 소비자·환경 단체는 유전자조작이라고 번역, 의도와 시각을 분명히 드러낸다. 주무 부서인 식의약청은 ‘안전성 평가를 통과한 GMO는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전분당 업계가 5월부터 전분·물엿 등의 원료로 GMO 옥수수 5만 여t을 수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자 해묵은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GMO 유·무해 논쟁에만 매달리기엔 우리의 사정이 딱하다. 곡물 자급률이 24.8%에 그치고(2007년 FAO 통계) 옥수수는 0.8%만 국산이다. GMO가 아닌 일반 작물만을 수입하려면 돈이 훨씬 더 든다. 옥수수의 경우 일반 옥수수의 t당 현 국제가격이 GMO 옥수수보다 100달러나 비싸다. 여기에서만 연간 2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생기고 이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또 우리나라에 옥수수·콩을 수출하는 미국·아르헨티나산 작물 대부분이 GMO여서 일반 작물의 구입 자체도 쉽지 않다. GMO를 수용했을 때의 ‘막연한 위험’과 ‘식품값 인하 ’를 시소 양쪽에 올려 놓고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잘 따져 보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