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 청문회 품격을 높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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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이명박 국무회의’가 열리지도 못하고, 대통령실 진용이 엉클어지는 등 나라 모습이 말이 아니다. 인수위 시절인 이달 초부터 입각 대상자와 대통령실 참모들이 거론되면서 그들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과 도덕적 흠결 논란이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 청문회마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파행 국정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 많은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과 함께, 핵심을 비켜가는 청문회 운영 방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무위원이나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을 둘러싼 의혹이란 게 대부분 재산, 본인을 포함한 자제들의 병역, 이중 국적 문제다. 이 정부 들어 교수들의 정계 진출 시도가 많아지면서 논문 표절 여부가 추가된 것이 새로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대상자의 도덕성 못지않게 중요한 정책 수행능력이나 국정에 대한 비전, 소관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 등에 대한 검증은 관심에서 벗어났다. 국회 청문회는 의원들이 국정을 담당할 사람의 능력과 자질, 그리고 적합성 등을 국민을 대신해 따지는 자리다. 하지만 공전을 거듭하던 청문회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게 돼 다소 마음이 놓인다. 어제와 그제의 청문회가 그랬다. ‘재경원 차관 당시 환란 책임’(기획재정부 장관), ‘국·영·수 위주 획일적 본고사’(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전작권 전환 시기’(국방부 장관), ‘FTA 비준과 쇠고기 수입’(농수산식품부 장관) 등 업무에 대한 후보들의 의견을 심도있게 들은 것이다.

정부 요직 임명 대상자의 위법 여부나 도덕적 검증은 정부 내 인사·사정 시스템이 맡는 것이 옳다. 문제가 있었다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고치면 된다. 국민은 대선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교정을 요구했다. 이를 실천하겠다는 정부 부처별 책임자들에 대한 정치철학과 정책 방향, 소관 업무에 대한 전문성 검증이 국회 청문회가 맡을 분야 아니겠는가. 국회 청문회가 ‘정책 검증 청문회’로 업그레이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