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수술 … 두 달여 재활 … 김미현의 시즌 각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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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이 어드레스를 하기 앞서 골프클럽을 쥐고 있다. 작은 사진은 김미현의 어드레스 자세.

“두 달 이상 골프클럽에 손도 대지 않고 푹 쉰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픈 무릎을 치료하는 동시에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요.” 23일 서울 강남의 한 정형외과 병원. 짐 가방을 꾸려 들고 병원 문을 나서던 김미현(31·KTF)은 홀가분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해마다 시즌 막판이면 고질적인 무릎 통증이 도져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그는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지난해 12월 왼쪽 무릎의 추벽(주름)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러고는 두 달 보름 동안 병원에서 재활 운동을 하며 몸을 추슬렀다.

28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LPGA투어 HSBC챔피언스에 출전하기 위해 24일 비행기에 오른 김미현은 출국에 앞서 올 시즌을 맞는 각오와 그동안 중앙일보에 ‘김미현의 골프야 놀~자’를 연재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한·일전 이후 두 달 보름 동안 훈련하지 못한 탓에 몸무게가 4㎏이나 불었어요. 이번 대회에는 좋은 성적을 내기보다는 몸 상태를 점검하러 가는 거예요. 아직도 왼쪽 무릎이 시큰시큰한데 날이 좀 풀리면 좋아질 거라고 믿어요.”

김미현은 서른한 번째 생일(1월 13일)을 맞은 소감도 털어놓았다.

“고국에서 생일 파티를 한 것도 오랜만이네요. 생일이 1월이라 이맘때쯤엔 전지훈련차 외국에 머물곤 했어요. 올해는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다른 종목의) 후배들이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깜짝 생일 파티도 열어 줬습니다.”

김미현은 “병원에서 재활훈련을 하면서 빙상이나 축구 등 다른 종목의 선수들도 많이 알게 됐다. 그동안 골프가 가장 힘든 운동인 줄 알았는데 다른 종목 후배들을 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며 웃었다.

그러나 김미현은 “육체적으로는 다른 운동이 힘들지 몰라도 일 년 내내 낯선 땅을 전전해야 하는 고충도 만만치 않다”며 “골프는 자기자신과의 대결이자 외로움과의 싸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쑥쑥 자라나는 후배들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나타냈다.

“요즘 후배들 정말 공 잘 쳐요. 저나 (박)세리는 요즘처럼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는 후배들이 부럽기만 하지요. 그런데 후배들이 매너를 좀 더 잘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제가 너무 나이가 든 건가요(웃음).”

김미현은 “그동안 ‘골프야 놀~자’를 연재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골프팬들의 격려를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며 “칼럼을 애독해 주신 골프팬들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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