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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안 좋다” 당·청 정무라인 가동 … MB 결심 끌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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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에 앞서 당·청 조찬회동 후 박은경 환경부,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사퇴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박은경 환경부·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라는 처방을 끌어내기까지 26일과 27일 긴박한 이틀을 보냈다.

26일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내에서는 “문제가 있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는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쪽은 달랐다. 총선 때문에 지역을 자주 오가는 의원들 사이에 “바닥 민심이 좋지 않다”는 우려가 잇따라 나왔다. 26일 오후부터 그동안 당 대표와 대표 비서실장으로 상당 기간 호흡을 맞춰 온 강재섭 대표-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 라인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 결과가 27일 오전의 이명박 대통령과 강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의 청와대 조찬회동이었다. 당내에선 “비록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당·청 간 조율이 제대로 이뤄졌다. 좋은 모델이 될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침에 청와대로 오시라”=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던 26일 오후 8시30분 국회 본회의장.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당론 채택을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회의장 안은 한나라당 의원이 대부분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는 의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박·남 장관 후보자 때문에 악화된 지역 여론 때문이었다.

이때 이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박 정무수석이었다. 적잖은 의원이 박 수석에게 “여론이 무척 좋지 않다. 박·남 후보자에 대해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길 전했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고위 당·청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강 대표는 박 수석에게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마당에 당이 너무 청와대를 몰아치는 듯한 모습은 좋지 않으니 내일(27일) 오전께 고위 당·청 회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26일 오후 강 대표의 제안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밤늦게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과 류우익 비서실장, 박 수석 등 청와대 내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비공개 회의였다. 회의는 날짜를 넘겨 27일 오전 1시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심야 회의가 끝난 직후 박 수석은 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오전 7시30분까지 청와대에 들어오시라”고 통보했다.

이렇게 해서 27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과 강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당·청 조찬회동이 열렸다. 그리고 이 회동에서 당 측은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려면 박·남 후보자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대통령은 “당의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억울하지만 사퇴하겠다”= 당·청 회동 후 청와대가 바빠졌다. 이날 오전부터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려 박·남 후보자를 설득할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이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해 한나라당은 오후 3시 박 후보자를 상대로 단독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정해진 3시까지 박 후보자는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홍준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보좌진을 통해 박 후보자와 연락을 시도했다. 30분쯤 지나 박 후보자가 홍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왔다. 그러곤 “제주도 땅 외에는 비난받을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투기꾼으로 몰고 가니까 억울하다. 사퇴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위원들은 이미 전날(26일) “청문회는 열되 부적격 판정을 내리자”는 결정을 해 놓고 있었다. 

이가영·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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