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소방 지역대 운영체제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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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귀한 생명을 얼마나 더 잃어야 달라지려는가. 한 소방관이 또 불속에서 스러졌다. 그저께 새벽 화재 현장에 홀로 뛰어든 조동환 소방관이 화마와 맞서다 순직했다. 그는 1인 소방서인 ‘지역대’ 소속이다. 소방관 2명이 맞교대하며 혼자 24시간 근무하는 곳이다. 불이 나면 일단 혼자 현장으로 출동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이런 열악한 근무 상황이 빚은 결과다. “동료와 같이 있었더라면 참사는 면했을 텐데…”라는 동료 소방관의 절규가 안타까움을 더하는 이유다.

이런 소방 지역대가 전국에 714곳이나 된다. 소방서나 옛 소방 파출소인 119 안전센터에서 멀리 떨어진 읍·면 지역에 주로 설치된다. 그러나 지역대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화재 진압은 팀 단위로 하거나 최소한 2인 1조로 하는 게 기본이다. 화재 현장에서의 인명 구조도 혼자로는 어림없다. 이러니 소방관 혼자 근무하는 지역대에 온전한 역할을 기대하는 건 애당초 무리다.

이번 기회에 지역대 운영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 근본 해법은 인력 증원이다. 최소한 3교대를 통해 2인 1조 근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전국 소방공무원은 3만500여 명이다. 주민 수를 감안한 적정 인원의 80% 남짓에 불과하다고 한다. 당장 인력 증원이 어렵다면 지역대를 인근 119 안전센터에 통합해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방의 경우 119 안전센터조차 하루 근무 인원이 5명도 안 되는 곳이 숱하다. 이럴 바엔 지역대에 흩어져 있는 소방관을 모아 안전센터라도 제대로 운영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지역대를 꼭 두겠다면 지역 주민이 보조 소방관으로 나서 지역대를 돕는 것도 대안이다. 현재 전국에는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의용 소방대원이 10만 명 정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손길이 지역대까지는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의용 소방대원이 순번을 정해 일정 시간 지역대 소방관과 함께 근무하는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수당 지급 등 정부·지자체의 지원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소방관이 격무에 시달리다 숨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