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을찾아서>김원우 중편소설집 "안팎에서 길들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독특한 문체로 자기만의 세계를 고집해온 중진소설가 김원우(48)씨가 90년대 들어 가속화 되고 있는 중산층의 속물주의를 매섭게 꼬집은 중편소설집 『안팎에서 길들이기』(문학과지성사)를냈다. 김씨는 가볍고 속도감 있는 문체,말랑말랑한 소재로 대중의 기호에 다가가려는 90년대 문학의 시류를 거스르는 대표주자로 꼽히는 인물.김씨는 『문학은 독창성인데 남들이 다하는 건 하기 싫다』고 잘라 말한다.시류편승이 그만큼 체질에 안 맞다.
김씨는 삼성동의 11평짜리 집필실로 거의 매일 오전 9시면 출근한다.거기에서 임금노동자처럼 꾸역꾸역 손으로 채우는 원고량이 하루 10장.아주 잘 써지면 20장까지도 나가지만 안될 땐공칠 때도 있다.
『안팎에서 길들이기』는 지난 한햇동안 이같은 세공을 거쳐 나온 작품이다.김씨의 문체는 바로 물만 부으면 되는 사발면 같은소설에 중독된 독자들에게는 잘 안읽힌다.그러나 앉아서 기다리는데 익숙한 사람들은 잘 빚은 손칼국수의 손맛같은 입담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작품집에 실린 세편의 중편은 모두 우리 사회의 비속화에대한 조롱이다.「안팎에서 길들이기」는 대학시절 야학을 하는등 심각한 태도를 갖고 살았지만 결혼과 함께 매일 저녁 얼굴 마사지를 하고 사흘에 한갑정도 담배를 피고 요요마와 마이스키를 즐겨 듣는 20대후반의 직장여성과 그의 아버지로 퇴역장성 경력을활용,물주의 각종 이권을 요로에 청탁하는 월급쟁이 사장과 같은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미지의 임자」에서는 정기적으로 평론가들과 교분을 쌓아가는화가들,그림으로 번 돈을 토지.증권 투기에 나서는 화랑주인,대형 노래방을 경영하고 권력에 줄을 대려는 사업가가 나온다.「식민지 주민의 눈」은 서양화단의 원로로 대학교수지 만 평생 한번도 남을 위해 행동한 적이 없는 특이한 캐릭터의 인물이 등장한다. 김씨는 이밖에도 90년대 우리사회를 상징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킨다.그리고 완전한 관찰자의 자리에 서서 현미경 같은 눈으로 이 인물들의 생활상을 들여다 보면서 해부한다.이쯤에서 일상의 위장막에 가려 있었던 속물적 행태들은 선명 하게 그모습을 드러낸다.
『문학을 당대의 현장에서 정의 내리기 싸움으로 생각한다』는 김씨가 결국 그려내고 싶은 것은 속물화된 사회의 전신해부도다.
김씨는 『현재 집필중인 장편에서 우리사회의 속물근성이 가장 잘은폐된 결혼과 가족제도를 파헤쳐 보고 싶다』고 한다.
〈再〉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