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읽는추리소설>2."태양은 가득히"-알랭 들롱 주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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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지난 2월 작고한 미국의 여성추리작가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의 56년도 작품 『재능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는 원작보다 알랭 들롱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60년 제작된 『태양은 가득히』는 야심에 불타는 가난한 청년이 돈과 여자를 노려 부자친구를 살해한 후 그의 행세를 하는 범죄 드라마이자 청춘영화.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걸작 미스터리영화의 하나로 꼽힌다.
영화가 워낙 유명해 우리나라에서는 원작소설마저 영화제목을 따『태양은 가득히』로 출판됐지만 『재능있는 리플리씨』는 영화와 또다른 재미와 스릴을 안겨준다.영화의 내용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주인공 톰 리플리(알랭 들롱扮)는 불우한 환경에 대해열등감이 심하지만 계산을 잘하고 가짜 사인을 잘하며 다른 사람으로 변장을 잘하는 재능을 지녔다.부자친구가 누리는 안락한 삶에 「가슴이 찢어질 듯이 심한 선망」을 느낀 그는 이 재능을 믿고 완전범죄에 도전한다.
영화와 원작소설은 리플리가 요트에서 친구 필립(원작에서는 디키)을 살해하는 방법과 시체유기방법,친구 애인과의 관계설정등에서 차이를 보이며 무엇보다도 결말이 판이하다.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기막힌 반전으로 리플리가 체포되지만 원작에서는 리플리가 완전범죄에 성공,합법적으로 친구의 재산을 가로챈다. 또 영화가 사건전개의 서스펜스와 젊은이의 애증에 비중을실은 반면 원작은 리플리라는 한 인간의 불안한 심리묘사에 치중한다.여자문제는 원작에서 그다지 중요한 범행동기가 아니다.
하이스미스는 「아이덴티티의 상실」이 가져오는 불안을 심도있게그리는게 특징.『태양은 가득히』의 원작에서 리플리가 또 한번의살인을 하는등 불안한 생활을 계속하듯 완전범죄에 성공한 쪽이 오히려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역설 적으로 보여주는것이다. 하이스미스는 64년 영국추리작품상인 은단검상을 수상했으며 50년도의 데뷔작 『낯선 승객』이 앨프리드 히치콕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李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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