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찾은 아이들 자신감도 찾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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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달팽이’ 지원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22일 서울 삼성동 한 공연장에서 클라리넷 연주회를 열었다. [사랑의 달팽이 제공]

“시각장애는 사물과의 단절이지만, 청각장애는 사람과의 단절이래요. 사람들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건 몸의 고통을 넘어서 마음을 다치는 일이죠. 청각장애인은 겉으로 멀쩡하니까 주변에서 어려움을 더 몰라주더라고요.”

22일 만난 탤런트 김민자(66·사진)씨는 마음을 온통 청각장애인에게 쏟고 있었다. 탤런트 최불암씨의 부인이자, 자신도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김 씨.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인공와우(달팽이관) 수술로 소리를 찾아주는 ‘사랑의 달팽이(www.soree119.com)’ 회장을 2004년부터 5년째 맡고 있다.

“저도 수화로 다 되는 줄 알았지, 그 고통을 미처 몰랐어요. 그런데 아주대의료원 박기현 원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청각장애가 있으면 두뇌 발달도 늦다더라고요. 소리를 통해 인지되는 게 너무 많잖아요. 물소리, 새소리, 빗소리… 이런 걸 통해서 지능과 감성이 발달하는데, 소리를 못 들으니까 더뎌지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김 회장은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술을 받은 뒤 사람 말소리와 주변 환경에서 나는 소리를 구분하려면 반드시 2~3년 동안 언어치료를 받아야 해요. 그래서 최소한 학교 들어가기 전에, 자기만의 소통 능력을 습득하기 전에 수술을 해줘야 하는 거죠.”

인공와우를 귀 속에 삽입하면 외부의 소리가 전류로 바뀌어 신경을 자극하고, 뇌가 이를 인지하게 된다. 일반인이 듣는 소리와 다른 ‘신호’를 듣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술 뒤 소리 자극에 익숙해지는 다양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악기를 이용한 교육. 마침 이날은 수술로 소리를 되찾은 아이들로 이뤄진 클라리넷 앙상블이 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클라리넷이 사람의 음색과 가장 비슷한 악기래요. 어떤 악기라도 도움이 되겠지만 소리를 느끼고 소통에 익숙해지기에 클라리넷만한 악기가 없는 거죠.”

김 회장은 클라리넷 연주가 아이들의 치료뿐 아니라 사회 적응력을 키우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청각장애는 겉으로 표가 안 나니까 사람들이 오해하는 일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뒤로 숨고 피하게 되죠.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소리도 듣고, 악기도 다루면 자신감이 생겨요. 무대에서 연주까지 하면 사람들 앞에서 당당해지고 버젓한 사회인이 되는 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소리를 찾는 데는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는 방법을 알면서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인공와우 수술에 드는 비용은 한 쪽에 2500만원 정도. 2005년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한쪽 귀만 지원된다. 꾸준히 받아야하는 언어 치료도 상당한 부담이다.

김 회장은 많은 아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올해 ‘사랑의 달팽이’를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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