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참석자 ‘꽃샘추위’에 떨까봐 빨강·파랑·하양 목도리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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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취임식을 통해 보여주려고 애쓴 두 가지 코드는 ‘실용’과 ‘섬김’이었다.

‘실용’은 새 정부의 지향점이 ‘실용 정부’일 정도로 이 대통령이 수없이 강조해온 가치다. ‘섬김’은 국민을 배려하겠다는 뜻으로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 백성운 취임식준비위 부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이런 국정운영 기조가 취임식부터 드러나도록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식전행사는 다양한 장르로 진행됐다. 중앙무용단원 71명이 북춤을 추는가 하면 테너 정의근씨와 소프라노 노선우씨가 노래를 불렀다. 또 사물놀이패와 비보이(전문 브레이크 댄서)들이 함께 춤판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퓨전 공연’이 펼쳐진 것은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된 취임식을 통해 한국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사물놀이패와 비보이가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빛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취임식에 역대 최대인 200여 명 규모의 해외 축하사절을 참석시키고 외국기업 관계자들까지 초청한 것도 실용적인 목적에 따른 것이다. 이들을 통해 새 정부의 친기업 성향을 홍보해 투자를 유치하는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다.

취임식장에 초청된 국민은 모두 5만여 명이었다. 그동안은 지난 정부 때 4만5000여 명이 최대였다. 새 정부가 국민 5000여 명을 더 배려한 셈이다. 모든 참석자에게 빨강·파랑·하양 3색 목도리 중 하나씩을 나줘 준 것도 ‘꽃샘추위’ 속에서 취임식을 지켜 볼 참석자들을 배려한 아이디어였다.

취임식 단상이 전통적인 ‘일(一)’자 모양을 벗어나 ‘티(T)’자형으로 마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최 측은 “국민을 향해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는 노력을 무대 형태로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취임사를 낭독한 끝 부분은 객석과의 높이 차를 줄이기 위해 단상 뒤쪽보다 1m 낮게 만들어져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국민대표 50여 명을 단상으로 올리고 대신 장관 후보자 등을 단상 아래에 앉힌 것도 국민을 섬긴다는 의지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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