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순네쇼핑일기>옷값과 효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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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왈순네 쇼핑일기"는 전업주부의 시각에서 우리사회 쇼핑문화의허와 실을 짚아보고 지혜를 나누기위해 새로 마련한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국민학교 1학년 딸아이의 봄소풍을 앞두고 엄마로서 입고갈 옷이 마땅치 않아 새 옷을 장만하기로 했다.
청바지와 점퍼만 사는데도 약 20만원은 들 것 같았다.한푼이라도 아껴보려는 생각에 할인매장이나 기획행사를 이용키로 하고 10일 먼저 집근처(서울양천구목동)게스 이코노숍을 찾았다.8만~10만원대의 재고 청바지를 35~50%할인된 값 에 팔고 있었다. 그러나 30대 중반의 아줌마가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베이직한 스타일은 남아있지 않아 빈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다음날은 신문광고를 보고 신세계 본점의 「스포츠 골프 의류 재고전」에 달려갔다.특설매장을 찾았지만 이거다 싶은 옷은 눈에띄지 않았다.
12일 다시 집 근처의 그레이스백화점을 찾았다.대부분 의류 메이커가 「쇼핑찬스」란 이름으로 봄 신상품을 30%정도 할인해팔고 있었다.드디어 9만8천원짜리 면점퍼를 6만9천원에,10만원대 청바지를 8만1천원을 주고 구입하는 개가( ?)를 올리고돌아왔다.
그런데 웬걸.소풍은 비 예보때문에 연기되고 정작 비가 온다는14일부터는 날씨가 화창하다 못해 덥기까지 했다.
두툼한 면 점퍼.청바지는 한번도 입어보지 못한채 현재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다.내년에나 입을 수 있을런지.3일동안 투자한시간.교통비.다리품과 아이들을 이웃에 맡긴 부담까지 계산하며 억울해하다 과연 무엇이 현명한 의류 쇼핑인가를 다시 따져보게 됐다.보통 우리나라 주부들은 「재고전」「할인특매」등의 구호에 약하다.그러나 곰곰 따져보면 이들 행사를 이용하는데도 함정이 많다.우선 이들 행사는 시즌 중반 이후 시작하기 때문에 입는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3월초 의 류업체들이 봄 신상품을 막내놓기 시작했을 때 사 입었다면 석달쯤 제대로 입을 옷을 이달들어 세일 「마감전」에 샀다면 한달도 채입기 힘들다.
물론 시즌초에도 전년도 제품의 재고전이 있다.그러나 이들 재고전에선 구색갖춘 옷 한벌 구입하기가 힘들다.투피스의 경우 재킷과 스커트가 서로 사이즈가 다른 식이다.또 유행이 맞지않거나섬유가 상한 것을 고르게 되기도 한다.다음해에는 십중팔구 못입게 된다.
보통 의류업체들은 2월말.4월말.8월말.10월말이면 봄.여름.가을.겨울 신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하고 한달간의 정상영업 뒤에세일에 들어간다.
이를 파악해 두었다가 어느 시기에 옷을 구입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합리적 옷 구매」란 얼마나 싸게 샀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최대 효용을 이끌어 내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鄭愛리.35.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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