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카페 마리안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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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카페 마리안느’-황인숙(1958~)

“누군 저 나이에 안 예뻤나!”

스무 살짜리들을 보며 중년들이 입을 모았다

난,

나는 지금 제일 예쁜 거라고 했다

다들 하하 웃었지만

농담 아니다

눈앞이 캄캄하고 앞날이 훠언한

못생긴 내 청춘이었다.



다 저물어 가는 겨울 저녁 눈(雪)이 그리우면, 혜화동의 카페 마리안느에 가 보라. 소설가 이제하가 대표인 그 카페에는 독(毒)이라는 뜻을 지닌 프아종 향수처럼, 펄펄 내리는 눈 향기가 나는 그녀가 앉아 있을지 모른다. 사람이기를 멈춘 채 쉬는 막 향기가 나는, ‘눈앞이 캄캄하고 못생긴 내 청춘’이라 읊조리는 고양이처럼 근사한 여인이 기다릴지 모른다. <박형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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