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단 기어로 수입차 같은 부드러운 변속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중형차에 6단 기어를 장착했다 하니 일단 호기심이 생겼다. GM대우가 지난달 24일부터 판매하는 중형 세단 ‘토스카 프리미엄 6’(L6 2.0 CDX). 46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최첨단 하이드로매틱 6단 자동변속기가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중·소형차에는 4단, 중·대형차에는 5단의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

예를 들어 현대 NF쏘나타는 4단, 쌍용 체어맨은 5단이다. 현대 베라크루즈와 제네시스는 일제와 독일제 6단 자동변속기를 각각 쓰고 있다. 과연 국산 최초의 6단 자동변속기가 고급 수입차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부드러운 변속감을 재현할 수 있을까.

시동을 켜고 한적한 도로에서 천천히 액셀을 밟았다. 1단에서 6단까지 기어가 넘어가는 동안 별다른 진동을 느낄 수 없었다. 4단 자동변속기 차량은 고갯길을 오를 때면 숨을 헐떡거리며 기어를 내리지만, 6단 변속기에서는 차체가 멈칫하는 충격이 없었다. 시속 120㎞로 가속을 해도 RPM은 3000을 넘어서지 않았다. 저속에서는 더 강력한 힘을 공급하고, 고속에서는 RPM이 낮아 연비가 좋아진다는 설명이 실감났다.

토스카 프리미엄6는 정지상태에서 40㎞ 및 60㎞ 도달 시간이 기존의 5단 토스카에 비해 최대 10%가량 단축됐고, 90∼120㎞ 정속 주행 시 연비가 15%가량 개선됐다는 GM대우 측의 설명이 떠올랐다.

게다가 GM대우가 개발한 6단 자동변속기의 수명이 32만㎞에 달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폐차 때까지 트랜스미션 오일을 갈아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기존 중형차보다 확실히 뛰어난 가속감과 경쾌한 엔진음은 마음에 들었지만, 급격한 가속 이후 액셀에서 발을 뗀 뒤에도 1∼2초간 가속감이 남아 있는 점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기존 토스카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하체 소음은 크게 개선됐지만, 고속주행에서 실내공기가 내부에서 마찰을 일으키며 규칙적으로 울려퍼지는 미세한 소음이 다소 신경쓰였다.

외부 디자인은 기존 토스카에 리어테일 램프 등을 더하고 새로 16인치 및 17인치 휠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였다. 내부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깔끔했다. 운전대에 붙어 있는 각종 스위치를 왼손 쪽으로 몰아넣은 건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됐다. 대신 온열시트 스위치를 사이드미러 근처에 배치한 건 ‘옥에 티’로 느껴졌다. 6단 자동변속기를 갖춘 2378만원짜리 중형 세단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