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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 맞아 달라지는 청와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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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02면

어둠이 내리는 청와대. 24일 밤이 지나고 새 주인이 들어가면 청와대의 모습은 많이 바뀌게 된다. [중앙포토]

5년 만에 청와대의 주인이 바뀐다. 25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공식 취임하면서다. 주인이 바뀌면 집도 바뀐다. ‘이명박 청와대’는 ‘노무현 청와대’에 비해 무엇이 어떻게 바뀔까. 권력이 사는 푸른 집, 청와대의 변화를 짚어봤다.

관청 의자도 ‘퇴임’ … 바퀴 달린 의자로

각진 테이블 대신 타원형 탁자

올 초 이 당선인 측근 중 몇몇이 “대통령이 찾으면 비서관들이 5분 내로 집무실에 닿을 수 있도록 청와대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부터 비서실 건물까지 차를 타고도 10분이 걸리는 현재 청와대 구조를 바꿔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김백준 총무비서관 내정자는 “(인수인계를 위해 직접 가 보니) 청와대 구조를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 말했다.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자리다. 따라서 본관에 대통령 집무실과 각종 회의실을 두고 비서실은 별도 건물을 쓰는 현재 구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대신 본관 내부의 가구와 집기는 바뀐다. 가장 먼저 교체될 것은 회의실의 책상과 의자다. 이 당선인의 지시에 따른 조치다.

한 측근에 따르면 이 당선인은 최근 “각진 탁자는 회의 분위기를 고압적으로 만든다. 모두 둘러앉을 수 있는 타원형 탁자로 바꿔 놓아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타원형 탁자의 넓은 면 한가운데 내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가운데 앉아 양쪽을 두루 둘러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의자도 고급 나무틀에 두툼한 쿠션이 붙어 있는 ‘관청 의자’ 대신 바퀴가 달린 평범한 사무용 의자로 바뀔 예정이다. 이 당선인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겨 대선 후보가 된 직후에도 당사 회의실의 의자를 바퀴 달린 책상일체형으로 바꿔 더 많은 이들이 끼어 앉아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한 적이 있다.

국무회의 회의실에 설치돼 있던 대형 LCD 모니터들과 마이크 시스템도 없앨 예정인데 이 또한 이 당선인 지시라고 한다. 또 그는 “회의실 한쪽에 커피믹스 같은 걸 비치해 참석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음료수를 마실 수 있도록 하라”는 등의 세세한 부분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처럼 책상과 의자가 바뀌면서 5년간 기존 집기들에 눌린 카펫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냥 두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저 가구는 침대만 교체

이 당선인 내외가 머물게 될 관저도 구조변경 공사 없이 도배를 하고 일부 인테리어만 바꾸는 선에서 바뀔 전망이다.

김백준 총무비서관 내정자는 “일단 현 상태로 지내다 이 당선인 내외가 해외출장차 청와대를 비우는 대로 도배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례에 따라 벽지는 이 당선인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림 등 인테리어도 김 여사의 뜻에 따라 교체될 수 있다. 대선 직전까지 이 당선인 내외가 머물렀던 서울 가회동 자택의 인테리어도 김 여사가 직접 했는데, 거실은 깔끔한 하얀색 벽지와 손자ㆍ손녀들의 사진으로 꾸며져 있었다.

관저의 가구는 노 대통령 내외가 쓰던 것들이 계속 사용될 전망이다. 다만 이 당선인 내외가 쓸 침대는 새로 들여갈 방침이다. 김 여사는 이 당선인과 자신의 수저를 마련해 청와대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 내외의 수저는 ‘봉하마을’로 가져가지 않으면 청와대에 보관된다.

식기 봉황 문양 빠질까

지금 청와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식기 디자인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1989년 정한 것이다. 한국도자기㈜ 제품으로 가장자리에 진초록색 굵은 띠가 들어 있고 띠 위엔 금빛 십장생과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무늬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금테를 둘렀고 손잡이와 꼭지도 금장으로 마무리해 화려하다. 한식기·중식기·양식기 등 50여 종이 있다.

한국도자기 관계자는 “20년 가까이 사용했으니 디자인을 바꿀 때가 됐지만 어떻게 결정 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디자인이 바뀔 경우 봉황 무늬를 계속 사용할지가 관심거리다. 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선 권위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봉황 문양 대신 태평고를 공식 휘장으로 사용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식 때 봉황 대신 태극 문양을 공식 휘장으로 썼지만 식기는 봉황 무늬가 들어간 것을 그대로 썼다.

식기 디자인은 청와대 안주인이 정해 왔다. 73년 고 육영수 여사가 청와대 식기를 일본 제품에서 국산으로 바꿨다. 이때의 식기는 연록색의 단정한 풀잎 무늬였다. 식기에 금빛 봉황 문양을 따로 넣은 것도 이때부터다.

전두환 전 대통령 때는 화려한 분홍 꽃무늬로 바꿨다. 이순자 여사가 디자인팀에 활짝 핀 철쭉 사진을 보내는 등 관심을 보였다. 김옥숙 여사는 식기를 두 번 바꿨다. 취임 당시 조선백자처럼 푸른 무늬가 소박하게 들어간 디자인을 선택했고 1년 뒤 현재의 디자인으로 교체했다.

요리사도 교체 검토 중

청와대에는 ‘필수 별정직’들이 있다. 이발사ㆍ미용사ㆍ요리사 등 대통령 내외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이들이다.

이 중 이 당선인 전담 이발사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일하던 박종
구씨로 잠정 결정됐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도 일주일에 한두 차례 롯데호텔을 찾아 박씨에게 이발을 맡겼다.

이 당선인의 밥상은 당분간 노 대통령 내외의 식단을 담당한 특급호텔 출신 요리사가 책임질 전망이다. 비서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건강을 위해 입맛에 맞는 식사를 내는 게 중요한 만큼 주방 인력은 신중하게 검토해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옥 여사의 한 측근은 “가회동 시절부터 김 여사의 주방 일을 돕던 분이 청와대에 함께 들어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 내외가 타는 차량의 운전은 청와대 경호처 요원이 맡는다. 이 당선인이 최근 타기 시작한 벤츠 ‘S600 가드(guard)’는 문짝 하나의 무게만 100㎏에 육박하는 특수 개조 차량이어서 전문 교육을 받은 경호원이 운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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