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엔高-뉴욕시장 분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마지노선은 없다.』 달러값 속락현상을 두고 최근 뉴욕외환시장 주변에서 나도는 말이다.18일 달러시세가 80.6엔까지 떨어진후 도쿄(東京)에서는 80엔선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일본의 금리인하를 포함한 경기부양책만 나오면 엔강세가 진정될것으로 기대했었지만 결과는 천만의 말씀이다.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으로 뒤집어져 나타났다.때마침 美日 통상회담마저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달러의 매 도세에 부채질했다. 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최근들어 달러에 대한 하한선을 저마다 정해 놓고,만약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눈 딱 감고 팔아치우는 작전을 펴고 있다.요 며칠 사이에는 큰 손들이 여전히 달러를 외면한채 마르크 쪽으로 옮겨가면서 달러값을 또 떨 어뜨렸다.마르크마저 경계했던 1.35선을 깨뜨렸다.
트레이더들이 마지노선으로 설정해 놓은 대표적인 숫자가 82엔안팎으로 알려졌었다.따라서 82엔이 깨질 경우 더이상 큰 손해를 막기 위해 미련없이 달러를 던지도록 판이 짜여져 있었다는 것이다. 시장관계자들이 82엔 다음으로 예측하고 있는 숫자는 80엔을 건너 뛰어 78엔이다.현재의 추세라면 80엔선이 깨진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클린턴美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달러하락 경계론」도 시장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생각도 할 수 없었던 80엔선 붕괴가 눈앞의 현실로 드러나고있지만 이 정도에서라도 안정을 찾아주면 다행이라 는 반응들이다. 미국입장에서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변수는 미국금리의 인상인데 이는 미국경기가 수그러들고 있는 점을 감안,연준(聯準)이달러방어를 이유로 금리의 추가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美日간의 통상협상이 어떻게 타개되느냐다.일본이 수입개방면에서 흡족할 만한 양보를 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 스스로가 달러방어에 보다 적극적으로나설 것을 기대해서다.아무튼 달러가 계속 약세를 면치 못한다해도 미국정부가 이것 자체를 일본과의 협상에 있어 강력한 무기로사용하는 한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게 되어 있다.
뉴욕=李璋圭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