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당장의 이익 쫓기보다 멀리 봐야" 퇴임 소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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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경우에 따라 당장은 이익이 되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 손해가 되고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금만 늦추면 가치가 되고 이익이 될 수 있다"며 물러가는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에 참석 "당장의 이익을 뒤로 미루다 보면 전략적으로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 저도 정치적 성공을 미루고 미루다 대통령까지 됐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뉴스를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화장도 안해도 된다. 대통령은 상징적으로 항상 무대위에 있기 때문에 무대의 자세에 있어야 한다"면서 "특별한 긴장감과 연기를 해야 하는데 이제는 좀 안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무척 힘들었다"면서 "그러나 저는 제가 선택한 것이니까 힘들어도 감수하고 견딜 수 밖에 없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저는 이제 돌아간다. 국민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당선될 때 힘이 되었던 좀 별난 시민들에게도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기자들을 향해 "그래도 감사드리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저의 선택에 대해 깊이 생각해주시고 이해도 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인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사안 하나 하나보다도 전체적으로 참여정부와 저에 대해 정서적 공감 같은 것을 보여줄 때도 있었다"며 "저로서는 무척 고맙다"고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노 대통령은 또 "시민의 위치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좀 더 (여러분과)새로운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그간 마주보고 대결하고 승부를 항상 맺어야 했다. 그 승부의 세계를 떠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제 승부의 대척점에 서 있진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면 자유로운 공간이 생기게 되고 여러분과 저 사이에도 여유로운 공간이 열리지 않겠나"라며 일종의 해방감을 피력했다.

이날 오찬은 천호선 청와대 홍보수석 사회로 부인 권양숙 여사와 청와대 수석 비서관 그리고 청와대 출입기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약 한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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