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러시아 아방가르드 걸작-칸딘스키등 28명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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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미술사에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칸딘스키와 러시아 아방가르드 1905~1925년전」이라는 전시제목을 듣고 떠올리는 생각이 있다면 아마『칸딘스키가 아방가르드에 속하는 작가인가』『아방가르드 미술의 전성기가 1905년에서 1925 년까지인가』하는 정도일 것이다.「칸딘스키」라는 작가나 「아방가르드」라는 용어 모두 귀에는 익숙하지만 눈과 머리에는 한번도 입력된 적이없어 매우 생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기회가 없어 말로만 들었지만 이제는 칸딘스키를 포함한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을 우리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낄수 있게 됐다.서울 한복판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칸딘스키와 러시아 아방가르드 1905~1925년전」이 열 리고 있는 것이다. 아방가르드는 19세기 프랑스 혁명기 군사용어인 「전위(前衛.부대의 전초로서 선발된 소수정예)」에서 나온 말로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을 가리킨다.이중에서도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서유럽의 입체주의와 미래주의등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이 경향들을 추상미술로 전개시켜 20세기 현대미술의 흐름을 구상에서비구상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 온 작품들은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러시아미술관을 비롯해 러시아 전역 13개 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작가 28명의 아방가르드 걸작 86점이다.
칸딘스키를 볼 생각으로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당황할지도 모른다.칸딘스키는 보이지 않고 낯선 러시아 작가 작품들만 눈에띄기 때문이다.전시장 중간에 가서야 나란히 놓여 있는 9점의 칸딘스키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러시아 큐레이터 들은 1905년에서 1925년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의 전체적흐름에 중점을 두고 이들 대가의 작품을 전시장 중간 위치에 걸었다.1층 첫번째 전시실 마지막에 걸려 있는 칸딘스키 작품들은자연적 형태와 관계를 갖는 초기작 『붉은 벽,운명(1909)』에서 구상과 비구상을 연결하려는 시도로 대상을 암호화한 『즉흥209(1917)』에 이르기까지 발전돼가는 작품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말레비치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 11점이 선보였다.인상주의 화풍의 초기작,입체주의 경향의 작품,평면.사각형.십자등의 기하학적인 결합을 통해 이루어진 절대주의 작품등을 보여주고 있다.
〈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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