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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선거 보름 앞으로] '중국과 절연' 놓고 팽팽한 표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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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만은 중화민국의 일부인가, 아니면 중국과는 무관한 별개의 국가인가. 20일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의 화두다. 천수이볜(陳水扁) 현 총통은 별개의 국가론을, 국민당과 여기서 갈려나온 친민당은 중화민국의 일부론을 앞세운다. 변수는 중국과 미국이다. 중국은 '독립선포=전쟁'임을 진작에 공언했다. 미국의 입장도 달라졌다. 독립으로 이어질 대만 내 모든 움직임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팽팽한 세(勢)대결=지난달 28일 밤 타이베이(臺北)시 총통부 앞에서 '2.28 음악회'가 열렸다. 반(反)중국을 주제로 펼쳐진 '200만명 인간띠 시위'가 성공적으로 끝난 뒤였다. 독립파들이 모인 현장에는 축제 분위기가 넘쳤다. 이때 악단이 '독립 혁명'이란 노래를 연주했다.

"비록 1초간의 독립일지라도 독립 없는 숱한 나날보단 나으리"(獨立一秒鐘 也比不獨立好) 노래가 울려퍼지자 객석에선 "대만독립 만세!"라는 구호가 간간이 터져나왔다. 통일파도 가만있지 않았다. 국민.친민 연합세력의 후보인 롄잔(連戰) 전 부총통은 "총통에 당선되면 100일간 정치부패를 뿌리뽑는 '백일유신(百日維新)'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독립-반(反)독립 논쟁=陳총통은 "재집권하면 2006년 대만독립을 위한 신헌법 초안을 마련해 2007년 국민투표를 거쳐 2008년부터 실시하겠다"는 '독립 시간표'를 제시했다. 陳총통은 이어 "대만은 중국의 일개 성(省)도, 하나의 특구도 될 수 없다"며 중국이 제안한 '홍콩식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거부했다.

'중화민국(대만)만이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주권국가'라는 점에선 連후보도 동의한다. 그러나 독립만은 반대다. 왜냐하면 '독립=본토 수복 포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連후보는 입장을 약간 바꿨다.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맞설 만한 대국으로 성장했고, 대만 국민의 70% 이상이 대만섬 출신이다. 따라서 "급격한 통일도, 급격한 독립도 반대한다"는 다소 어정쩡한 입장으로 후퇴했다.

◇陳총통은 추격 중=반(反)독립론을 지지하는 연합보(聯合報)는 "連후보가 3% 안팎의 우세를 지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반면 독립론을 옹호하는 자유시보(自由時報)는 陳총통의 재선을 예고했다. 도박업자들은 "지난달까지 陳총통에게 돈을 거는 사람에게 60만표를 접어주었지만 이달부터는 30만표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陳총통이 막판 추격에 성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명무실해진 국민투표=총통 선거와 함께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투표의 주제는▶중국의 미사일 배치에 맞서 방위력을 증강해야 하느냐▶양안 간 대화에 나서야 하느냐는 두 가지다.

連후보 진영은 '국민투표 보이콧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국민투표 참가율을 50% 밑으로 끌어내려 국민투표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맞서 민진당은 '1○○'운동을 펼치고 있다. 총통 선거에선 1번(陳총통)을 찍고, 국민투표 두개 안에 대해서는 하나씩, 모두 두개의 ○표를 찍어달라는 호소다. 陳총통이 국민투표 승리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재집권에 실패하더라도 국민투표 결과를 내세워 독립론을 밀어붙이고 連정권을 압박하겠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

◇무력충돌 일어날까=홍콩 언론들은 "중국이 지난달 27일부터 푸젠(福建)성에 주둔하는 부대에 외출.휴가를 취소토록 하는 2급 비상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대만 국군도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대만의 군사 전문가들은 陳총통이 재선될 경우 '상징적인 수준의 군사훈련과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는 제1단계부터 대만의 군사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미사일.전투기 공격을 감행하는 제7단계'까지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 미.일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중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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