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국교수의LOVETOOTH] 뻐드렁니, 감쪽같이 감추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신체 부위는 곧잘 개그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무를 주세요!’로 폭소를 자아냈던 갈갈이 박준형의 심벌은 밉지 않은 뻐드렁니였다. 그의 상악골 돌출은 북방에서 유래된 몽고인종의 특징 중 하나다. 튼튼한 앞니는 기능적으로 생존에 월등히 유리하다. 다른 인종의 얼굴 모양을 선호하지만 않는다면 치아 구조에 전혀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치과 교정치료를 받는 사람의 절반 이상은 앞니의 돌출 때문에 병원을 찾는다. 심리적 열등감도 심해 말을 하거나 웃을 때 입을 가리고, 사진 찍기도 두려워한다.

이런 습관은 안면 표정근육을 바꿔 놓기도 한다. 광대뼈와 입 꼬리 부분을 연결하는 근육(관골근)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빨리 탄력을 잃는다. 이렇게 오랜 세월 지내다 보면 얼굴이 처져 첫인상이 음울하고, 무기력해 보인다. 입을 다물 때마다 입술과 턱 끝 근육의 과도한 수축 때문에 얼굴과 목 주위의 피로감이 나타나기도 한다.

뻐드렁니는 유·소아기에 손가락을 빠는 습관으로도 생길 수 있다. 특히 영구치가 나는 만 6세 이후까지 손가락 빠는 습관이 지속될 때 턱뼈와 치열의 영구적인 변형이 초래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뻐드렁니는 이런 습관이나 환경보다 유전성이 강하다. 이 같은 유전성 뻐드렁니는 미리 예방하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의 앞니 돌출 치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환자 수가 많다 보니 치료기술이나 경험이 축적돼서다. 치료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대개의 경우 송곳니 뒤의 ‘제1 소구치’라는 작은 어금니를 제거하고 빈 공간으로 앞니를 끌어들인다.

방법은 두 가지다. 교정틀을 장착해 이를 이동시키는 교정치료와 잇몸 뼈를 절단해 뒤쪽으로 옮기는 수술이 그것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앞니의 경사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다.

경사도(앞니가 앞쪽으로 뻗은 각도)가 커서 앞니 끝이 입술을 밀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는 ‘분절골절단술’으로 불리는 수술이 유리하다. 3∼4일 만에 앞니가 감쪽같이 들어간다. 보통 2∼3일은 입원하고, 한두 주면 부기가 빠지며, 4주까지 입 안을 나사로 고정한다.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감염 또는 잇몸 뿌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코를 막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입원해 주의 관찰을 해야 한다. 수술이 옥니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경사도가 크지 않으면서 잇몸 뼈 전체가 돌출된 사람을 수술할 경우 앞니가 너무 들어가는 옥니가 될 수 있다.

반면 교정치료는 매우 자연스럽다. 시간은 걸리지만 생체친화적이고, 안전하게 돌출된 이를 고르게 만든다. 피질골 절단술(뼈의 단단한 부위를 따줘 치아 이동의 저항을 줄여 줌)을 동원할 경우 교정기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요즘엔 노년층도 교정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다. 형상기억합금이나 티타늄 합금계열 교정장치가 개발돼 잇몸이 약하더라도 서서히 치아 이동이 가능하다.

박영국 경희대치대 교수·교정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