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지 못하면 큰 일을 할 수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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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표(51) 씨는 다재다능한 전문경영인이다. 삼성전자 상무이사를 역임하면서 백색가전 통합브랜드 ‘하우젠'을 세상에 알렸고, 현재는 중소기업 CEO로, 기업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가 ‘청소년을 위한 이기는 습관'을 출간했다. 기업 경영자가 왜 청소년들을 위한 책을 썼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목표 설정이 우선
작고 쉬운것부터
세부 계획을 짜야

전씨는 대기업 임원으로, 기업의 CEO로 재직하면서 많은 신입사원을 봤다고 한다. 그는 “일이 조금만 힘들어도 쉽게 사표를 던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지식은 많지만, 근성이 부족한' 요즘 사람들의 자화상인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청소년기부터 자신을 통제하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습관을 들여야 인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겨야 살아남는 게 아니라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전략을 수립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취의 단계에서 계획 세우기 :::
전씨는 청소년기에 최대한 빨리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목표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성찰하는 마음가짐으로 현실을 즐기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목표가 검사라면 검사가 됐다고 가정하면 된다. ‘오늘 내가 영어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검사가 되지 못했겠지'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기분 좋게 공부할 수 있다”며 “뚜렷한 목표가 있으면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목표가 설정됐다면 세부계획을 세워야 한다. 세부계획은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작고 쉬운 것'부터 짜고, 스스로 자신의 성과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은 영어단어 20개를 반드시 외운다'는 실현 가능한 계획을 정하는 게 좋다. 전씨는 “한번 세운 계획은 확실히 실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확실한 오늘이 모여 1주일·1개월이 확실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확실한 결과가 도출된다”고 말했다.

쫓기면 안 된다. 목표를 향해 나가는 일은 가치 있는 것이고, 가치 있는 일을 완성해 나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이직률이 증가하는 것도 가치보다는 쉬운 일, 돈 많이 받는 일만을 쫓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면서, “인생은 기나긴 항해이기 때문에 높은 가치를 향해 뛰는 사람은 언젠가 그에 상응한 평가를 받게 돼 있다”고 조언했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 쫓겨 일희일비하지 말고, 느긋한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내딛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이다.

소년기에 익혀야 할 3가지 :::
첫째,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무엇', 유일성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씨는 “현대사회는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유일성을 찾아내 자신만의 무기로 키우기 위해서는 지식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지식은 공부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란다. 청소년기에 독서와 여행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남들과 차별화된 능력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전씨의 주장이다.
둘째, 더불어 살지 못하는 사람은 큰 일을 할 수 없다. 청소년기에 사회성을 키워야 한다. 사회성이 없는 사람은 사회생활에서 고립되고, 고립된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청소년기부터 자신이 잘 하는 분야를 남들에게 가르쳐주고, 베푸는 습관을 들여야만 사회에 진출해서도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과 장기 등을 남과 나누면서 ‘나는 또 다른 무기를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셋째, 역경을 즐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6남매의 장남이었던 저는 중학생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리어카를 끌고 야채를 팔러 다녔어요. 친구들이 볼까 창피하기도 했고, 공부만 하는 애들이 부러워 운 적도 많았죠.”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털어놓은 전씨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때도 견뎠는데'라고 생각하며 이겨냈다”며 “삼성에 있을 때 임원 승진 과정에서 동기들보다 3년여가 늦어 힘들었을 때도 웃고 다니는 날 보고 사람들이 '오뚝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나만 힘들고, 우리 집만 어렵다'는 식으로 남과 비교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역경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파악하고, 어떤 일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전씨의 충고다.

둠을 깨는 아이로 키우기 :::
전씨는 1남1녀를 둔 한 가족의 아버지다. 딸(23)은 고려대 법대를, 아들(22)은 외대 법대를 다닌다. “승진했을 때보다 아이들의 대학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더 기뻤어요.”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새벽에 일어나는 버릇을 들이도록 했다. 새벽 예찬론자인 그는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긴 하루를 살 수 있다고 얘기한다. 전씨 가족은 새벽 4시30분이면 모두 일어난다.
전씨는 “아이들이 중·고교를 다닐 때도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니 공부할 때 여유가 생긴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다독을 권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사 줄 때마다 자신이 먼저 읽고 책 표지에 자신이 느낀 점을 기록한 뒤, ‘너희는 이 책을 읽고 어떤 것을 느낄 지 궁금하구나. 아빠에게 설명해주렴'이라는 문구를 반드시 달았다.

전씨는 “책은 보물상자, 책 속에는 모든 게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책과 친해지도록 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라며 “밥은 굶어도 아이들 책 사는 돈 만큼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자녀와 함께 꿈과 희망에 관한 인생 얘기를 많이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고 있어야 좀더 나은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좀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좋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수정해 주기 위해서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 한다”며 “어릴 때부터 부모와 진로·고민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눠야만 인생의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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