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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르네상스’ 유럽을 가다 ③ · 끝 오스트리아 그라츠 ‘쿤스트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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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무어 강이 남북으로 도시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오스트리아 그라츠시. 쿤스트하우스 앞으로 무어 강이 흐르고 뒤편으로 동구권 이민자와 저소득층이 사는 신시가지가 펼쳐진다<左>. 아크릴 패널로 외장을 한 건물 내부에서는 중산층이 사는 구시가지가 보인다<右>. 그라츠시는 쿤스트하우스를 지음으로써 강동·강서로 갈라져 있던 도시에 화합을 가져왔다.

오스트리아의 역사도시 그라츠(Graz)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무어 강변 동쪽에 서 있는 베르크성(城). 높이 123m 절벽 위에 세워진 이 성은 강 너머 서쪽의 침입자로부터 성 아래의 시가지를 지키는 최적의 요새였다. 그라츠라는 도시 이름은 ‘요새’라는 뜻의 슬라브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현재 그라츠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성 주변으로는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중세의 건물들이 온전히 보존돼 있다. 1999년 유네스코는 인구 22만 명의 그라츠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반면 강 서쪽은 동쪽과 달리 신시가지의 모습이다. 붉은 지붕의 주택가 사이로 반듯반듯 길이 놓여 있고, 멀리는 10여 층 높이의 현대식 건물도 이따금 서 있다.

강변 서쪽에 놓인 건물 하나가 시선을 끈다. 우주선 모양이라고 할까, 아니면 연체동물 같다고 할까. 유선형 모양에 전체적으로 푸른 빛깔을 띠고 있고,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아크릴 패널이 겨울 햇살을 반사시킨다. 중세 도시에는 어울리지 않는 건축양식이다. 그라츠시가 2003년에 지은 ‘쿤스트하우스(Kunsthaus) 그라츠(그라츠 미술관)’였다.

“ ‘친근한 외계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죠. 미술관 건립 당시에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는 그라츠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쿤스트하우스 큐레이터인 아담 부라크는 “독특한 디자인의 미술관이 강 양편에 사는 사람들을 통합시키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어강 양편은 계층적으로 양분돼 있었다. 중세 유적이 잘 보존된 동쪽 구시가지에는 중상류층이 살고 있다. 반면 뒤늦게 개발된 서편은 동구권 이민자들과 저소득층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강 서쪽은 범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동쪽 사람들은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강을 건너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문화 시설은 동쪽에 몰려 있었다. 신시가지의 밤은 음산하고 어두웠다.

그라츠는 2003년 유럽연합(EU)에서 ‘유럽 문화 수도’로 지정되자, 문화 시설이 빈약한 서쪽 강변을 ‘문화지역’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어 무어 강으로 양분된 그라츠를 융화시킬 미술관을 짓기로 했다. 사회적·문화적으로 갈라진 강동과 강서 지역 주민들의 통합을 꾀하기 위해서였다. 저명한 영국 건축가인 피터 쿡과 콜린 푸르니에가 설계를 맡았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쿤스트하우스다.

4층짜리 건물의 미술관은 유선형 모양에 청색이 감도는 아크릴 외장으로 마감했다. 지붕 위에는 문어 빨판처럼 생긴 9개 촉수를 달았다. 곡면의 아크릴 안쪽에는 600개의 원형 형광등이 설치됐다. 이 형광등은 하나하나가 픽셀로 작용해 매일 밤에는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쿤스트하우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시 정각 10분 전에는 5분간 초저음의 진동음도 낸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도시와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이다.

쿤스트하우스는 소장품 없이 현대 미술을 전시하는 실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곳 주변에는 재즈 바, 아틀리에, 콘서트홀 등 작은 공연장과 카페가 속속 들어섰다. 이에 강동 주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강서 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됐다. 큐레이터 부라크는 “문화공간을 통해 계층 간 사회 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라고 말했다. 

그라츠=성시윤 기자



무어강 인공섬은 …

섬이자 교량·야외무대

강 양쪽 주민들 소통로

 강폭인 40여m인 무어 강에는 쿤스트하우스와 비슷한 시기에 보행교 기능을 겸한 인공섬이 설치됐다. 부력으로 떠 있는 철강 구조물 위에 철골과 플라스틱 소재로 카페와 야외무대를 짓고, 이것을 강철 구조의 다리로 강 양편과 연결한 것이다.

조개 모양을 하고 있는 카페는 외부를 투명 유리로 마감했다. 자연 채광을 이용하면서도 강 양편이 동시에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밤에는 카페 안의 불빛 덕에 인공섬 자체가 야간 조명물 역할을 한다. 카페에는 최대 350명이 입장할 수 있다. 야외 무대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재즈 콘서트와 마임 공연이 열린다. 이를 통해 그라츠 강동과 강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강 양편의 화합을 상징하는 것이다. 인공섬의 직원은 “그라츠 시민은 물론 독일·헝가리·체코 등 외국의 수많은 관광객까지 불러 모아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쿤스트하우스

▶위치 = 오스트리아 그라츠 무어 강변

▶개관 = 2003년 10월 개관. 건축가 피터 쿡·콜린 푸르니에 설계. 공사비 500억원.

▶구조 = 푸른 빛깔에 아크릴로 외장을 한 4층짜리 유선형 건물

▶용도 = 현대미술 작품 전시

글 실은 순서

① 오스트리아 빈 소각장, 독일 에슬링겐 철물공장 리모델링(2월 15일자)

② 벨기에 브뤼셀 ‘리빙 투모로 3’(2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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