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단>프랑스 소설은 죽었는가 평론가.언론인 논쟁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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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개미』『밑줄긋는 남자』등 프랑스 소설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본토에서 「프랑스 소설의 죽음」을 둘러싼 논쟁이 불붙어 관심을 끌고 있다.
더구나 이번 논쟁은 현재 국내에서 불붙고 있는 신세대문학 논쟁과 논리 전개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 흥미롭다.73년까지 가톨릭 계열의 잡지 에스프리의 편집자로 있었던 원로 평론가 장마리 도메나크(73)의 책 『프랑스문화의 황혼기 』(원제:LeCrpuscule de la culture francaise)로 시작된 이 논쟁은 중견 저널리스트인 자크 피에르 아메트가 3월11일자 르 프엥지에 통렬한 반박문을 게재함으로써 본격화됐다. 도메나크의 책 『프랑스 문화의 황혼기』는 90년대 프랑스문화조류 전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소설에 대해 집중적인 포화를 퍼붓고 있다.
『발자크는 야수였다.요즘은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다.우리의 소설가들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해체된 사회를 과감하게 나무라지 못하고 거기서 바로 자기 자신으로 회귀한다.비정상적이고 허식적인 문체로 화려하게 보이려고만 한다.문학의 기회주의가 팽배해 있다.』 도메나크는 이같은 비판과 함께 발자크.앙드레 말로.카뮈.사르트르같은 작가들을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국민적 작가로 치켜세우며 오늘날의 소설이 기껏 쿤데라 정도가 군림하게되도록 몰락한데는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비평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박에 나선 아메트는 도메나크의 논지를 진부하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근거한 것으로 간주하고 신랄하게 비아냥거린다. 아메트는 『볼테르와 요즘의 작가들을 비교할수 없는 것은 당연하며 그것은 시대의 요구가 다르기 때문이지 수준 때문이 아니다』며 『이같은 진부하고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하자』고 도메나크의 주장을 일축한다.
아메트에 따르면 도메나크가 대작가로 내세우는 스탕달이나 프로스트의 작품에서도 삶의 즐거운 비전은 없었으며 요즘 작가들의 삶에 대한 탐구 정열이 식은 것도 아니라는 것.
『문학은 형식의 전환이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문학의 형식도 변해야 한다.우리는 단어로써 새로운 삶의 조건을 탐구하는 진지한 작가들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뒤라스.모디아노.미셀 투르니에.르 클레지오.밀란 쿤데라.나타샤 미셀.위젠 사비츠카야.발레르 노발리나등.』 아메트는 이들 작가중 미셀.사비츠카야.노발리나 세 신예작가의 작품세계에 드러난 특징적 경향을 집중적으로소개하면서 앞으로의 문학이 지향해야 할 바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더이상 단선적인 이야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순환적인 원형 의 움직임을 기대해야 한다.인간은 이제 과거나 미래와 같은 시간의 한 지점에 묶여 있지 않다.필요와 꿈,반복과 회귀등다양한 사유의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세분된 감각주의가 필요하다.그것은 옳고 그르고를 떠나 피할수 없는 시대적 인 현실이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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