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오른쪽에서 셋째)이 17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인수위 관계자들과 아침운동을 하고 있다.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이명박 정부 국정운용에 관한 합동 워크숍’에 참석한 이 당선인은 이날 아침 인수위원들과 함께 교육원 운동장 15바퀴를 빠른 걸음으로 돌았다. 오른쪽부터 임태희 비서실장,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 이 당선인,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 박미석 사회정책·김중수 경제수석 내정자, 경호원, 김인종 경호처장 내정자. 인수위 제공
이를 의식한 이 당선인은 수석 내정자들과의 ‘얼음 깨기’에 공을 들였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함께 일할 대통령이 어떤 사람일까를 아는 것”이라며 “오늘을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 할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당선인은 새롭게 자신과 일하게 된 수석들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나는 늘 변한다”며 “김백준 총무(비서관 내정자)는 1970년대부터 나를 잘 아는 사람이지만 사실은 나를 가장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중수 수석이 (현재의) 나를 가장 잘 알지 모른다”고 농담을 건넸다. 김중수 경제수석 내정자는 이 당선인과 별다른 인연 없는 내정자들 중 한 명이다. 따라서 이 당선인의 발언은 자신과 친소관계에 구애받지 말 것을 ‘신입생’들에게 당부한 것이다.
또 이 당선인은 수석들에게 자기희생과 청렴도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 있는 사람들이 힘을 과시해선 안 된다. 수석이 되면 친구들과 술 한잔 먹어도 말이 나온다. 인수위에도 ‘빽’을 써 들어온 사람들이 꼭 사고 치더라”고 말했다.
이어진 분임 토의에서 인수위는 이 당선인에게 새 정부 출범 이후 3개월간 해야 할 일들을 모은 ‘로드맵’을 보고했다. 수석들은 ▶정부조직 개편으로 생기는 유휴인력을 규제개혁에 투입한다(경제 분야) ▶한·미 동맹 복원과 함께 중국과 관계 유지·격상에 힘쓴다(통일·외교 분야) 등의 결론을 내놨다.
토의가 끝난 뒤 연수원 식당에서 두부김치보쌈을 안주로 간단한 ‘음주단합대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선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일부 참석자들이 ‘소폭(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을 돌렸고, 이 당선인도 한 총리 후보자와 팔짱을 낀 채 한 잔을 마셨다.
17일 새벽에는 이 당선인과 워크숍 참석자들이 정말로 발을 맞췄다. 함께 교육원 운동장 열다섯 바퀴를 빠르게 걷는 아침운동을 한 것이다. 오전 6시50분부터 50분간 진행된 이날 운동에는 한승수(72) 총리 후보자도 참석해 건강을 자랑했다. 당선인 비서실장 자격으로 참석한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은 운동복을 준비하지 못해 구두를 신은 채 운동장을 뛰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트랙 안쪽으로 달리는 참석자 들에게 “그렇게 돌면 제대로 하는게 아니지”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