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15바퀴! … 참모들과 ‘발 맞춘’ M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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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오른쪽에서 셋째)이 17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인수위 관계자들과 아침운동을 하고 있다.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이명박 정부 국정운용에 관한 합동 워크숍’에 참석한 이 당선인은 이날 아침 인수위원들과 함께 교육원 운동장 15바퀴를 빠른 걸음으로 돌았다. 오른쪽부터 임태희 비서실장,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 이 당선인,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 박미석 사회정책·김중수 경제수석 내정자, 경호원, 김인종 경호처장 내정자. 인수위 제공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참모진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16~1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정운영 워크숍에서다. 이 행사는 인수위-청와대-내각의 핵심들이 모여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따라서 장관 내정자들까지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내각에서는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 정도만 참석하게 됐다.

이를 의식한 이 당선인은 수석 내정자들과의 ‘얼음 깨기’에 공을 들였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함께 일할 대통령이 어떤 사람일까를 아는 것”이라며 “오늘을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 할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당선인은 새롭게 자신과 일하게 된 수석들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나는 늘 변한다”며 “김백준 총무(비서관 내정자)는 1970년대부터 나를 잘 아는 사람이지만 사실은 나를 가장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중수 수석이 (현재의) 나를 가장 잘 알지 모른다”고 농담을 건넸다. 김중수 경제수석 내정자는 이 당선인과 별다른 인연 없는 내정자들 중 한 명이다. 따라서 이 당선인의 발언은 자신과 친소관계에 구애받지 말 것을 ‘신입생’들에게 당부한 것이다.

또 이 당선인은 수석들에게 자기희생과 청렴도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 있는 사람들이 힘을 과시해선 안 된다. 수석이 되면 친구들과 술 한잔 먹어도 말이 나온다. 인수위에도 ‘빽’을 써 들어온 사람들이 꼭 사고 치더라”고 말했다.

이어진 분임 토의에서 인수위는 이 당선인에게 새 정부 출범 이후 3개월간 해야 할 일들을 모은 ‘로드맵’을 보고했다. 수석들은 ▶정부조직 개편으로 생기는 유휴인력을 규제개혁에 투입한다(경제 분야) ▶한·미 동맹 복원과 함께 중국과 관계 유지·격상에 힘쓴다(통일·외교 분야) 등의 결론을 내놨다.

토의가 끝난 뒤 연수원 식당에서 두부김치보쌈을 안주로 간단한 ‘음주단합대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선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일부 참석자들이 ‘소폭(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을 돌렸고, 이 당선인도 한 총리 후보자와 팔짱을 낀 채 한 잔을 마셨다.

17일 새벽에는 이 당선인과 워크숍 참석자들이 정말로 발을 맞췄다. 함께 교육원 운동장 열다섯 바퀴를 빠르게 걷는 아침운동을 한 것이다. 오전 6시50분부터 50분간 진행된 이날 운동에는 한승수(72) 총리 후보자도 참석해 건강을 자랑했다. 당선인 비서실장 자격으로 참석한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은 운동복을 준비하지 못해 구두를 신은 채 운동장을 뛰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트랙 안쪽으로 달리는 참석자 들에게 “그렇게 돌면 제대로 하는게 아니지”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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